캠코 통한 보증금채권 매입 결국 제외…특별법서 논란될 듯
기사내용 요약
"시뮬레이션 결과 캠코 매입가 10~20% 불과"
"비싸게 사면 국민들이 합의해 주겠나"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야당과 피해자 측에서 주장해 온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한 임차보증금반환채권 매입 방안은 결국 제외돼 향후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범부처 합동으로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임차주택 낙찰 특례지원, 공공 매입을 통한 임대주택 공급, 생계곤란시 긴급 자금 및 복지지원 등을 골자로 한 전세사기 피해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른바 '선(先)보상 후(後)구제' 방안으로 거론돼 온 캠코의 보증금반환채권 매입은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보증금반환채권이란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를 의미한다. 이를 공공기관인 캠코가 사들여 세입자들이 일정 비율 이상의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고 캠코는 향후 이를 공매에 부쳐 회수토록 해야 한다는 요구가 야당과 피해자 측으로부터 있어 왔다.
반면 정부는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캠코가 전세사기 피해주택과 같은 부실채권을 사들일 때는 통상 높은 수준의 채권 할인율을 적용하는데 이 경우 세입자들의 보증금 손실 규모도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정부는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경우 캠코가 현재 운영 체계하에서 보증금반환채권 매입에 나설 경우 매입가는 보증금의 10~20%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보증금이 1억원이라면 피해자들이 보증금에 대한 권리를 완전히 포기하는 대가로 캠코로부터 받을 수 있는 돈은 1000만~2000만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범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캠코가 직접 또는 추심업체로부터 샀을 경우 평가가액이 있는데 인천 미추홀구의 경우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10% 이하, 최대치의 경우도 20% 이하의 평가액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10~20%의 매입가격을 주고 이 채권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에 대해서 동의를 하느냐고 하면 피해자들은 그런 내용이라면 절대 반대라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사기로 귀결되기는 했지만 전세계약이 어디까지나 사인 간 계약이라는 점과 다른 사기 피해와의 형평성 차원도 고려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상적인 경우 보통 전세 채권이 선순위에 있지만 사기를 당했기 때문에 후순위가 많은데 그러면 도대체 얼마에 (해당 보증금반환채권을) 살 것이냐는 문제가 있다"며 "시가(채권 경매가)보다 조금 비싸게 사는 것을 원할텐데 그런 것에 대해서 국민들이 합의를 해 줄 것이냐에 대해서 확신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전세사기 대책에서 피해자들의 보증금 보전 방안이 빠진 것을 문제삼고 있어 보증금반환채권 매입 문제는 향후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다시 한번 논란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전세사기 종합대책에 대한 평가 자료를 통해 "4월14일 20대 사망자의 경우만 하더라도 전세보증금이 9000만원이고 3400만원이 우선변제 가능한데도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피해 보증금이 전 재산이거나 대부분이 채무인 경우의 피해자들도 구제하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보증금반환채권 매입은 캠코의 경공매 집단처리를 통해 피해자들의 고통의 시간을 줄여주기 위해서, 소액보증금 변제 대상에서 포함되지 못해 보증금의 대부분을 상실한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며 "보증금반환채권매입 방안을 반드시 특별법에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영세한 규모의 부실채권(NPL) 매입기관이 보유 중인 전세사기 피해주택 채권을 캠코가 매입하는 방안은 가능한 추진할 방침이다.
이는 피해주택에 대한 경매 유예 조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통상 금융기관은 대출금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 채권을 대부업체나 채권추심사 등 민간 채권관리회사에 넘겨 부실을 최소화하는데 영세한 회사의 경우 매입한 채권을 매각해야 수익을 낼 수 있는 나름의 사정이 있어 금융당국의 통제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경매 유예 조치가 시행된 이후에도 일부 영세 NPL 사업자들은 경매 유예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금사정이 어려워 지금 당장 채권을 팔지 않으면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하는 NPL 매입기관들의 경우 경매 유예 조치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캠코가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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