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美 금리 인상의 부수적 피해

여론독자부 2023. 4.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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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돈줄 말라 자영업자·기업 발동동
고금리에 부동산 대출 부실 우려도
하반기 연준 금리인하 전망 불구
'긴축 고통' 당분간 불가피할 듯
[서울경제]

미국 전역에서 돈줄이 마르는 소리가 들리는가. 자금 경색이라고 표현하기가 거북하다면 유동성 축소 혹은 긴축 정도로 해두자. 아무리 에둘러 말해봤자 결론은 돈 빌리기가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3월 주요 지역 은행이 무너진 여파로 기업 및 소비자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3월 후반 2주 사이 은행 여신이 무려 1000억 달러 이상 줄었다. 2주 단위의 은행 여신 감소 규모로는 반 세기 만에 나온 진기록이다. 같은 2주간 상업 및 산업 대출은 물론 상업용 부동산 대출과 은행의 주택담보대출도 사상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대출 감소는 부분적으로 예금 부족에서 비롯된다. 사모펀드사인 아폴로의 수석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로크의 추산에 따르면 1년 전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후 금융권에서 빠져나간 예금액은 거의 1조 달러에 달한다. 일부 경제 분석가들은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법정관리로 넘어간 데 따른 과장된 수치가 지표에 반영된 결과라며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다른 연성 지표들 역시 신용 경색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1년 전보다 대출이 힘들어졌다고 보고한 가구의 비중은 뉴욕연방준비은행이 서베이를 시작한 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전국자영업자연맹(NFIB)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에서 대출받기가 그 직전에 돈을 빌렸을 때보다 어려워졌다고 답한 업체의 비중이 늘어났다.

구체적인 예는 또 있다. 최근 방문한 몇몇 도시에서 필자는 매장 전면에 대출금리 안내문을 붙인 소매은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음을 확인했다. 대신 은행 창구는 양도성예금증서(CD)에 고율의 이자를 지급한다는 안내 정보로 뒤덮였다. 이는 시중은행이 대출보다 자금 유치에 더 신경을 쓴다는 신호다.

물론 이런 추세는 SVB 파산의 후유증을 털어내고 금융계가 제 위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SVB 파산은 금융 시스템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줬다. 예금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소형 은행의 많은 예금주들이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파산에 충격을 받고 대형 은행이나 머니마켓펀드로 이동했다. 파산 공포는 같은 중소 지역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으로 옮겨 붙어 이 은행의 주가 폭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추세가 조만간 진정되더라도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느슨한 금리 환경을 고려할 때 긴축 금융은 불가피해 보인다. 따지고 보면 연준의 연이은 금리 인상은 수요를 냉각시켜 소비자와 기업이 부채질하는 가격 상승이 멈추도록 자금 조달 환경을 팽팽하게 조인다. 다시 말해 차입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결함이 아니라 연준 인플레이션 대책의 특징이다.

문제는 금리 인상으로 초래되는 부수적 피해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뒤늦은 만큼 공격적이었고 이는 불유쾌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위험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예를 들어 소형 은행들은 상당한 상업용 부동산대출을 해준다. 사무실 공실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볼 때 이 같은 대출은 상당 부분 불건전해 보인다. 게다가 올해 만기 도래하는 상업용 모기지 건수는 기록적인 수준이다. 임차인들은 치솟은 금리에 적응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분석 전문가들은 채무 불이행의 파도가 덮칠 것을 우려한다.

채무 불이행 사태는 소형 대출은행은 물론 이곳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영세 업체에도 커다란 고통을 안겨준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미국 내 대부분의 카운티에서 소형 은행이 영세 업체 대출금의 90%를 제공한다.

이런 요인들은 이미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연준이 당면한 도전은 이들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인플레이션을 신속히 잡기 위한 필요조건에 우리가 어느 정도 근접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연준은 올해 말 완만한 경기 침체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연준이 더 이상의 금리 인상을 원치 않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는다. 이 때문에 많은 금융 거래인들은 연준이 올 하반기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말했듯이 연준의 다음 선택이 무엇이든, 관점에 따라 일부 측면에서는 분명히 잘못된 결정이 될 것이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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