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한국은행의 치열한 토론과 소통 목표는 '물가안정'

이효정 2023. 4.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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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판 재배치하며 이창용 총재가 던진 화두
사통팔달 소통 공간에 한은법 1조1항 재배치
새로 입주한 한국은행 본부 전경 [사진=이효정 기자 ]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한국은행이 최근 리모델링한 본부 집들이를 마무리했다. 본부 건물에 눈에 띄는 것들도 확 늘었다.

작은 콘서트홀 같은 본관 1층 중앙 로비가 그렇다. '시그니처 홀(Sinature Hall)'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2층의 '소통 공간'과 '물가 안정' 현판도 눈길을 잡아 끈다.

20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키다 공사로 뗐던 '물가 안정' 현판은 다시 볕 잘 드는 곳에 둥지를 틀었다. 직원들이 매일 지나다니는 '소통의 공간'에 한은의 제1사명을 새겨넣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본관 리모델링과 통합 별관 재건축 사업 완료를 기념하는 통합 별관 준공식을 했다. 2017년부터 약 6년간 4층짜리 제2별관과 기존의 16층짜리 본부를 리모델링하고, 제1별관을 철거해 지하 4층, 지상 16층짜리 통합 별관으로 재건축했다.

한국은행 본부 정문으로 들어오면 보이는 1층 로비와 계단. 이 계단을 올라가면 넓은 2층 공간이 나오고 북창동쪽으로 나가는 후문과 소통 공간이 있다. [사진=이효정 기자 ]

리모델링한 한은 본부의 정문으로 들어가면 보이는 1층 중앙 로비는 한은의 각 출입문과 건물의 동선이 모이는 곳이다. 반원 모양의 계단이 층층이 높아지며 2층까지 이어진다. 열린 공간이다.

이 로비는 이창용 한은 총재가 새 한은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소로 꼽았다. 이 총재는 최근 준공식을 기념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 같이 모여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라 어떤 행사나 논의를 한다면 훨씬 더 소통이 잘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한국은행 본부 2층의 소통 공간 [사진=이효정 기자 ]

로비에서 2층까지 이어진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북창동 쪽으로 난 후문이 있고 그 오른쪽으로 소통 공간이 나온다. '시그니처 홀'인데 공식 명칭은 아니다. 한은 관계자는 "입주한 지 얼마 안 돼 직원들이 일반적으로 시그니처 홀이라 부르는 건 아니고, 몇몇 건축 담당 직원들이 그렇게 부른다"고 전했다. 유명 카페의 '시그니처 커피'처럼 가장 돋보인다는 의미다.

그도 그럴 것이 높은 천고에 한쪽 벽면은 친환경 식물들이 가득 메워져 있고 한가운데는 벽면을 타고 내리는 물줄기가 있다.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어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여러 회의실도 있다.

한국은행 본부 2층 소통 공간에 설치된 '물가 안정' 현판 [사진=이효정 기자 ]

이 소통 공간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바로 '물가 안정'이라는 현판이 들어섰다. 이 현판은 서예가 원곡(原谷) 김기승 씨가 쓴 작품이다. 지난 1998년 2월 옛 한은 본부에 설치했다가 공사로 19년 만인 2017년 12월 철거했고 이달 다시 돌아왔다.

6년 만에 새 한은으로 돌아오면서 현판을 다시 본부 소통 공간에 자리를 잡은 것은 이 총재의 아이디어였다. 한은 관계자는 "현판 배치 후보 중에서 소통 공간이 제일 좋겠다고 결정한 것은 이 총재의 아이디어"라며 "북창동 쪽 후문으로 출근하는 직원들이 볼 수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물가 안정은 한은의 제1사명이다. 중앙은행으로 화폐 발행기관이자 금리나 통화량을 적절히 조절하는 통화신용정책의 컨트롤타워다. 최근 치솟은 물가, 출렁이는 시장금리의 그 시작과 끝에 한국은행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막중한 책임이 있다.

한국은행 본부 전경[사진=이효정 기자 ]

사실 물가 안정이 처음부터 한은의 최우선 과업은 아니었다. 한국은행법의 제1조 목적 조항의 개정은 세 차례 있었다. 물가 안정은 1997년 12월 6차 한은법 개정 때 명기됐다. 1950년 설립된 한은의 70여년 역사를 감안하면 비교적 최근이다.

그 전엔 제1목표가 '통화 가치의 안정'이었고 제2목표는 '은행·신용 제도의 건전화'였다. 한은은 1997년 12월 말 '금융감독기구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은행 감독 기능을 넘겨 금융감독원이 탄생했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통화 가치 안정화라는 목표도 다소 색이 바랬다.

당시 한은은 은행 감독 기능을 내놓은 대신 재무부로부터 금융통화위원회 의장 자리를 넘겨 받으면서 당시 재무부가 금리를 주무를 수 있는 구조에서 탈피했다. 재무부의 '남대문 출장소'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물가 안정 도모라는 하나의 목표가 생긴 것이다.

한편 물가 안정 현판을 쓴 서예가 김기승 씨는 '원곡체'를 만든 인물이다. 찬송가 표지 글씨체의 주인공이기도 하며 광화문의 새문안교회, 국어대사전의 표지 서체 등과 같은 휘호를 남겼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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