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전 맥주와 에일이 만나 라거가 탄생했다"

박정연 기자 2023. 4.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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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맥주의 일종인 라거는 가벼운 향과 강한 탄산감으로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라거는 전세계에서 판매되는 맥주의 90%를 차지하지만 라거가 처음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과학자들이 라거와 다양한 맥주에 함유된 효모를 분석한 결과 라거는 400년 전 맥주와 에일의 효모가 만나 탄생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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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향과 강한 탄산감이 특징인 맥주 라거.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발효맥주의 일종인 라거는 가벼운 향과 강한 탄산감으로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라거는 전세계에서 판매되는 맥주의 90%를 차지하지만 라거가 처음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과학자들이 라거와 다양한 맥주에 함유된 효모를 분석한 결과 라거는 400년 전 맥주와 에일의 효모가 만나 탄생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27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보도에 따르면 라거는 1602~1615년 독일 뮌헨의 양조장 ‘호프브로이하우스’에서 화이트에일과 맥주를 혼합하기 위해 추출한 효모에서 출발했다.

당시 양조업자들은 효모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지만 화이트에일과 맥주를 섞으면 급격히 발효가 이뤄지면서 더 저온에서 보관이 가능해진다는 것을 알았다. 급격히 기온이 떨어진 유럽 북부에선 아주 낮은 온도에서 보관할 수 있는 맥주가 필요했기 때문에 이렇게 만들어진 라거는 금세 유럽 양조장에서 확산됐다.

효모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당시 생산된 라거의 맛은 일정하지 않았다. 라거의 균일한 맛이 확립된 것은 1883년에 이르러서다. 덴마크의 균류학자이자 세계 최초의 맥주연구소 ‘칼스버그 연구소’의 소장이기도 한 에밀 한센이 라거 효모의 순수한 분리 배양에 처음 성공한 것이다.

그가 발견한 효모는 칼스버그 연구소의 이름을 따 ‘사카로미시스 칼스버겐시스’란 학명이 붙었다. 이 효모는 양조업자들로 하여금 고품질의 라거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했다. 오늘날의 라거에도 사용되고 있다.

이 같은 라거의 기원이 밝혀지기까지는 수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했다. 2016년에는 120종의 라거와 에일 효모의 유전체를 비교하는 연구가 실시됐다. 분석 결과 라거 효모는 밀로 만든 에일의 효모와, 보리와 홉으로 만든 맥주를 양조하는 데 사용하는 두 효모 종이 만났을 때 생긴 잡종인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벨기에 루벤가톨릭대 플랑드르생명공학연구소(VIB-KU Leuven)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네이처 환경학과 진화’에 발표한연구 결과에 따르면 라거 효모는 독일 바이에른에서 생산된 맥주의 효모와 DNA가 상당 부분 일치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초기 라거가 독일에서 생산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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