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Q부터 감산효과…삼성 반도체 '봄날' 기다린다

백유진 2023. 4.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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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감산폭 확대…실적개선 예측
시설·R&D 투자 지속 미래 경쟁력 확보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가 역대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며 비상에 걸렸다. 그럼에도 분위기는 차분하다. 현재의 위기에 침잠하지 않고 하반기 다가올 업턴(업황 상승기)에 대비한다는 구상이다. 투자 호흡이 긴 반도체 사업 특성을 고려해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에 집중한다.

메모리 반도체 불황에 그만…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 1분기 DS(반도체) 부문은 올 1분기 4조58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반도체 부문의 분기 적자는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13조73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31.6% 감소했다. 전년 동기(26조8700억원)와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이번 실적부진은 메모리 반도체의 불황 탓이다. 이날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기업들이 보수적 투자 운영에 돌입하며 서버 수요 위주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객사의 재무 건전화를 위한 재고 조정이 지속되며 가격이 추가적으로 하락해 실적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실적./그래픽=비즈워치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늘어난 것도 실적 악화에 부정 영향을 미쳤다. 재고자산 평가손실은 기업의 제품·원재료 등 재고자산의 취득원가가 현재 시가보다 높을 때 예상 손실을 조기 비용 처리하는 것이다. 이는 매출원가로 처리되기 때문에 기업의 수익성과 직결된다.

김 부사장은 "이전 분기는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낸드 제품에 반영됐지만, 최근 D램 제품에서의 가격 하락이 심화되며 재고자산 평가손실 규모가 확대돼 실적 하락에 실질적 영향을 줬다"고 부연했다.

감산 효과 2분기부터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부터 글로벌 수요가 회복돼 점진적으로 업황 상승기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분기부터 감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 하반기에 재고 감소가 본격화되며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김 부사장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며 "2분기부터 재고 수준이 감소하기 시작해 하반기에 감소 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동안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지난 7일 잠정 실적 발표 당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며 감산을 처음으로 공식화 했다.

김 부사장은 감산 결정 배경에 대해 "삼성전자는 중장기 관점에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미래 수요 대응이 가능한 수준에서 생산량을 조절해왔다"며 "특정 제품에 한해 앞으로의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판단해 생산량 하향 조정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산 조정은 중장기 수요 대응에 충분한 물량을 보유한 레거시(전통) 제품 위주로 이뤄지며 1분기 라인 최적화 등을 추가해 의미 있는 규모의 감산을 진행 중"이라며 "하반기에도 생산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기 때문에 재고 수준 정상화는 가속화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감산에 동참하며 빠른 업황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전날 SK하이닉스도 실적 발표 컨콜에서 "이제 모든 공급업체가 감산에 돌입하고 이에 따른 영향이 2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돼 올해 중에는 재고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래픽=비즈워치

시설·R&D 지속 투자로 준비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감산에 돌입했지만, 수요 증가 가능성이 높은 선단 공정 제품의 생산은 줄이지 않을 방침이다. 또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설투자와 R&D(연구개발) 투자 비중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지속적인 대규모 팹 투자가 필요하고, 투자 개시 후 양산까지 걸리는 시간도 긴  반도체 사업 특성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하반기 수요 회복이 기대되는 만큼, 수요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이는 선단 공정 생산은 조정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생산 감축에도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금부터 투자 역량 집중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중장기 수요 견조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공급력 갖추기 위해서는 인프라에 미리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 1분기에도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시설투자에 9조8000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전년 동기 6조7000억원보다 46.3% 늘어난 수준이다. 메모리는 중장기 공급성 확보와 첨단공정 수요 대응을 위해 평택 3·4기에 집중 투자했고, 파운드리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을 중심으로 투자가 진행됐다.

삼성전자는 2분기 이후에도 평택 3·4기 위주의 집중 투자를 통해 필수 클린룸을 확보할 예정이다. 다만 매크로 경기와 지정학적 이슈 등 수요에 영향을 주는 외부 요인이 당분간 상존할 것으로 예상돼, 업황 모니터링을 통해 설비 투자를 탄력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구상이다.

연구개발에도 올 1분기 역대 분기 최대치인 6조58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2분기도 확대 기조를 이어간다. 김 부사장은 "메모리 공정이 미세화하면서 개발 난이도가 올라가고 있어 미래 공급의 주요축을 담당할 선단 제품의 적기 개발과 품질 향상을 위한 투자를 지속해 중장기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백유진 (by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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