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공개 코미디 전멸…韓 예능인 '거기서 거기' 된 이유 [Oh!쎈 초점]
[OSEN=장우영 기자] 씨앗을 키울 토지가 없으니 수입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위험 요소가 따른다. 한국 예능이 딱 이 상태다. 한때 예능계에 인재를 보급하던 공개 코미디가 전멸하면서 유튜버, 일반인 등을 섭외하지만 그들의 과거 이력이 논란이 되면서 방송에도 피해를 입고 있다.
‘개그콘서트’가 2020년 종영하면서 지상파 공개 코미디 무대가 ‘전멸’한 지 약 3년이 지났다. ‘개그콘서트’ 폐지 후 1년 6개월 만에 ‘개승자’라는 공개 코미디 서바이벌이 방송되기는 했으나 일회성에 그쳤기에 사실상 지상파 공개 코미디 무대는 여전히 ‘전멸’ 상태다. 그나마 ‘코미디 빅리그’가 공개 코미디의 명맥을 이어간다는 부분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최근 예능은 ‘인맥 예능’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거기서 거기’,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포맷만 다를 뿐 출연진이 비슷해 신선함과 재미를 잃는다.
실제로 ‘뭉쳐야 뜬다’에서 호흡을 맞춘 김용만·김성주·안정환·정형돈은 ‘뭉쳐야 뜬다’, ‘뭉뜬 리턴즈’, ‘시골경찰 리턴즈’까지 출연했고, ‘미운우리새끼’에 출연 중인 탁재훈·이상민·임원희·김종국 등은 ‘신발 벗고 돌싱포맨’에 출연 중이다. ‘OO 라인’, ‘OO 사단’이라는 이름 아래 비슷한 출연진이 여러 예능에서 모습을 보이는데, 처음에는 신선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루하고 식상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이렇게 인맥 예능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지상파 공개 코미디라는 토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MBC ‘개그야’, KBS ‘개그콘서트’, SBS ‘웃찾사’ 등 공개 코미디는 한국 예능계를 이끌어갈 인재들을 공급해왔다. 이 무대를 토대로 관객, 시청자들과 거리감을 좁히고, 유행어를 만들면서 주목을 받았고, 광고 및 타 예능 출연으로 활동을 넓혀가는 게 자연스러웠다.
실제로 이러한 길을 밟은 이들이 현재의 예능을 이끌어 가고 있는 스타들이다. 유재석, 김준호, 박나래, 장도연 등 공채 개그맨들이 공개 코미디 무대를 통해 성장한 끝에 현재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지상파 공개 코미디 무대가 ‘전멸’하면서 관객, 시청자들이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졌다. 물론, 공개 코미디 무대에 서지 못하는 개그맨들이 유튜브 등으로 진출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돌아오는 ‘금의환향’의 경우도 있지만 모두 그런 것만은 아니기에 마냥 기대할 수만 없는 부분이고, 그들이 유튜브에서 선보이는 소재, 콘텐츠는 지상파 심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최근 예능에는 배우, 가수 등이 ‘루키’로 떠오르고 있다. 유튜버, 일반인들이 스타덤에 오르는 경우도 있지만 ‘검증’ 기간이 부족하고 과거에 대한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마냥 안심하고 섭외할 수만 없는 노릇이다.
최근, KBS가 ‘개그콘서트’ 재개 시점을 오는 6월로 잡고 방송을 위한 구체적인 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라스트 개콘’(가제)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출연자에게도 직접 소식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KBS 측은 “현재까지 확정된 바 없다”, “‘개그콘서트’ 부활의 필요성은 KBS 안에서 꾸준히 언급돼 왔다. 다만 현재 편성 시기, 제목, 섭외 모두 확정된 것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방송사들도 현재의 상황을 알고 있으며, ‘개그콘서트’ 같은 지상파 공개 코미디를 통해 예능계에 활력을 주고자 한다. 하지만 유튜브 등 고자극에 노출되어 있는 시청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트렌드가 달라지고, 시청자들의 눈높이도 달라진 만큼 부활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씨앗이 자랄 수 있도록 바라봐주고 보살펴 주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또 다시 ‘공개 코미디 실패’, ‘전멸’이라는 경험만 답습하게 될 뿐이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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