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대신 SNS서 무죄 주장한 트럼프…법원 “부적절 행위”, 법정 모욕죄 적용 시사

판사 “배심원단에 영향 미칠 수 있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낸 엘리자베스 진 캐럴이 26일(현지시간) 재판에서 증언한 후 뉴욕 연방법원을 떠나고 있다. AP 연합뉴스

성폭행 의혹으로 민사 소송 피고가 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SNS에 올린 글에서 재판 자체를 ‘사기’로 규정했다. 법원은 부적절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인 ‘트루스 소셜’에 원고인 엘리자베스 진 캐럴을 언급하면서 "캐럴의 소송은 모두 허구인 사기이고, 그녀의 변호인은 거물 정치 후원자에게 돈을 받는 정치꾼"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급한 거물 정치 후원자는 비즈니스 네트워크 사이트 링크드인의 공동창립자인 리드 호프먼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 성향 기업가인 호프먼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겠다는 정치적인 동기에서 거짓 소송을 사주했다는 논리다. 이어 그는 "사기와 거짓이고, 마녀사냥"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업 장부 조작 혐의로 형사 기소됐을 때도 ‘마녀사냥’이라는 표현으로 검찰을 공격했다.

이에 대해 이날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서 루이스 캐플런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SNS 발언이 배심원단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적절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앞서 캐플런 판사는 재판 첫날인 전날에도 원고와 피고 측에 법정 바깥에서 여론에 영향을 미칠 발언을 하지 말라는 입장을 밝혔다. 캐플런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법정 모욕죄 등을 적용할 수 있다는 암시를 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그런 행위를 자제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날 공판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원고인 캐럴은 이날 공판에서 증언대에 올라 성폭행 피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캐럴은 이번 소송이 정치적인 동기에서 비롯됐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격을 의식한 듯 자신이 민주당 당원이고, 지금까지 민주당 소속 대통령 후보들에게만 투표했다고 선제적으로 공개했다.

엘르의 칼럼니스트였던 캐럴은 1995년 말 또는 1996년 초 뉴욕시 맨해튼의 한 백화점 탈의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성폭행당했다고 2019년 자신의 저서를 통해 폭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 타입이 아니다"라며 자신을 조롱하자 명예훼손 소송을 냈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