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아마존도 날았다…빅테크發 나스닥 2.4% 급등
덩치 큰 빅테크가 억눌린 투심 살렸다
은행권 위기와 스태그 공포 부상 변수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모처럼 급등했다. 미국이 시장 예상을 밑돈 성장률을 공개했음에도 메타(페이스북 모회사)를 비롯한 빅테크의 실적 호조를 등에 업고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했다. 장 마감 후 아마존까지 깜짝 실적을 공개했다. 다만 경기 침체와 높은 인플레이션이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부상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빅테크 호실적이 투심 살렸다
27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58% 상승한 3만3826.16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96% 뛴 4135.35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2.43% 급등한 1만2142.24를 나타냈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1.20% 오른 1751.22를 기록했다.
3대 지수가 장 초반부터 강세를 보인 것은 메타의 깜짝 실적 덕이다. 메타는 전날 장 마감 직후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1분기 매출액은 286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276억5000만달러)를 상회했다. 주당순이익(EPS)은 2.20달러를 나타냈다. 이 역시 시장 예상치(2.03달러)를 웃돌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알파벳(구글 모회사)에 이어 또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내놓은 셈이다.
메타는 아울러 2분기 매출액은 295억~320억달러로 제시했다. 전문가 예상치(295억달러)를 넘는 양호한 가이던스를 내놓은 것이다. 메타의 깜짝 실적은 올해 들어 이어진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 절감이 큰 요인으로 여겨진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좋은 분기를 보냈다”며 “우리의 커뮤니티도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골드만삭스, JP모건, 씨티그룹 등 주요 기관들이 일제히 메타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메타 주가는 13.93% 폭등했다. 애플(2.84%), MS(3.20%), 아마존(4.61%), 알파벳(3.75%) 등 다른 빅테크주 역시 오르고 있다. 테슬라는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의 추가 매입 소식에 4.19% 뛰었다. 이외에 월가 전망을 웃돈 실적을 나란히 내놓은 텔라독과 컴캐스트의 경우 각각 6.36%, 10.27% 각각 올랐다.
아마존마저 이날 장 마감 직후 실적 발표를 통해 ‘어닝 서프라이즈’를 내놓았다. 아마존은 1분기 매출액은 1274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1245억달러)를 웃돌았다. 주당순이익(EPS)은 231센트를 나타냈다. 이에 아마존의 시간외 주가는 급등하고 있다. 오후 4시11분 현재 10.91% 폭등하고 있다.
LPL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전략가는 “시장은 빅테크 실적을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것은 실망 시키지 않았다”며 “시장은 그것을 필요로 했다”고 했다.
최근 시장을 흔들었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주가는 8.60% 반등했다. 주가는 6달러대로 여전히 ‘휴지조각’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추가 하락하지는 않았다. 이에 JP모건체이스(1.35%), 뱅크오브아메리카(BoA·1.60%), 씨티그룹(0.36%), 웰스파고(0.51%) 등 미국 4대 은행의 주가는 모두 반등했다.
그러나 위기설이 잠잠해진 것은 전혀 아니다. 블룸버그는 “퍼스트리퍼블릭을 둘러싼 운명은 당국과 대형 은행간 치킨게임 양상으로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의 독자적인 재기가 쉽지 않은 가운데 둘 중 아무도 먼저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국은 이번에는 실리콘밸리은행(SVB) 같은 직접 개입은 꺼리는 기류다. JP모건체이스 등 대형 은행들은 자산을 헐값에 매수하는 식의 손실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은행 위기는 당분간 시장 투심을 억누를 가능성이 있다.
은행권 위기·스태그 우려 변수
경기 침체 우려가 성큼 다가왔다는 점 역시 변수다. 개장 전 나온 미국 성장률은 예상을 하회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속보치는 1.1%(전기 대비 연율 기준)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다우존스는 각각 2.0%를 전망했는데, 이를 큰 폭 밑돌았다. 지난해 4분기(2.6%) 이후 한 분기 만에 성장세가 급격하게 식은 것이다.
이는 민간의 투자가 줄어든 탓이다. 1분기 민간 총투자는 무려 12.5% 급감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1년여간 기준금리를 475bp(1bp=0.01%포인트) 인상하는 역대급 긴축을 편 여파다.
문제는 추후 성장세가 더 가라앉을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소비마저 식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퍼스트리퍼블릭을 둘러싼 위기설이 계속 나오는 것도 신용 경색과 대출 감소를 통해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징후다.
이 와중에 1분기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4.2% 상승하면서 전기 수준(3.7%)을 웃돌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이보다 높은 4.9%로 나타났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이날 오후 현재 연준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금리를 25bp 올릴 확률을 87.4%로 보고 있다. 전날 72.2%에서 더 높아졌다. 6월 FOMC 때 추가로 25bp 더 인상해 5.25~5.50%에 이를 것이라는 베팅 역시 13.7%에서 24.8%로 높아졌다. 뉴욕채권시장에서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111%까지 치솟았다. 19bp 가까이 뛴 수준이다. 시장은 경기 하강을 아랑곳 않고 긴축 지속에 기울어 있는 것이다.
CNBC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느린 성장세는 1970~80년대 미국 경제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묘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에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은 연준 목표치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며 “연준은 계속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연준은 금리를 올려 경제를 둔화 시킬 것”이라며 “이는 시장이 기대하지 않는 결과”라고 전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추후 시장을 덮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미국 고용시장 과열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웠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3만건으로 전주 대비 1만6000건 줄었다. 강한 노동시장은 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꼽힌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혼조를 보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과 비교해 0.03% 상승했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23% 올랐다. 반면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지수는 0.27% 떨어졌다.
국제유가는 3거래일 만에 소폭 반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0.62% 오른 배럴당 74.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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