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처절한 사랑 노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보고 나오면 어떤 노래가 귀를 맴돈다. 미국 의회도서관 국가녹음자료목록에 등재될 정도로 유명한 원작 게임의 배경음악 ‘따단-딴-따단-딴-딴’은 아니다. 내가 소개하고 싶은 곡은 마리오의 숙적 쿠파가 부르는 아름다운 세레나데 ‘피치스’다.
‘피치스’는 영화에서 1분 남짓 등장한다. 그런데 그 순간이 엄청나게 웃긴다. 입에서 불길을 내뿜어 얼음 성을 순식간에 녹여버리고, 버섯 왕국과 정글 왕국의 기세등등한 연합군을 지략으로 격파하는 강력한 마왕 쿠파가 홀로 피아노 앞에 앉아 감미로운 선율을 연주하더니 애타는 연심을 목 놓아 노래한다.
흉측한 거북이인 그는 버섯 왕국의 피치 공주를 사모하여 대규모 군단과 함께 세계를 정복하고 있다. 피치 공주가 청혼을 거절하면 ‘슈퍼스타’(게임 속 쿠파의 거대한 초능력을 지칭)를 사용해 온 세상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릴 각오까지 다졌다. 처절한 사랑에 현학적인 표현이나 낭만의 언어 따위는 없다. 쿠파의 목소리를 담당한 배우 잭 블랙이 영화 ‘스쿨 오브 락’과 메탈 밴드 ‘터네이셔스 디(Tenacious D)’ 경력을 바탕으로 처절한 절규를 살렸다. ‘피치, 피치, 피치, 피치, 피치. 널 사랑해!’
재미있고, 쉽고, 감정 이입하기 좋은 노래는 순식간에 유행을 탔다. 잭 블랙이 별도 출연한 뮤직비디오 반응이 폭발했고, 소셜 미디어에는 셀 수 없이 많은 패러디 영상이 쏟아지고 있다. “저승사자도 기다려 주는 노래”라는 극찬과 역으로 쿠파를 사랑하게 된 피치 공주의 입장, 각종 장르 재해석이 등장한다. ‘피치스’는 빌보드 핫 100 차트 83위에 올랐다.
마리오 영화의 성공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평론가들은 유치한 요소와 엉성한 서사를 지적하며 작품을 혹평한다. 하지만 대중은 다르다. 누구나 한 번쯤 접해봤을 게임 캐릭터의 화려한 모험에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머리로 이해하느냐, 심장으로 느끼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두 입장을 이해하고 균형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종종 한쪽으로 기울어져 일상을 잃곤 한다. 나는 요즘 뻔뻔하고 구질구질한 쿠파의 노래가 좋다. 사랑은 이런 맛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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