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바이든 1년 만에 ‘북 대화’ 삭제…더 강경해진 대북정책

이제훈 2023. 4. 2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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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향한 한·미 정상의 태도가 갈수록 강경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 시각)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대화·협상을 언급하지 않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권 종말"을 입에 올렸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의 상당한 부분을 할애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선 한-미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NCG) 창설로 대북 확장억제력이 강화됐다고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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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한-미 정상회담]바이든 “북 핵공격 하면 정권 종말”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 장소인 로즈가든으로 가고 있다. 워싱턴/공동취재사진

북한을 향한 한·미 정상의 태도가 갈수록 강경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 시각)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대화·협상을 언급하지 않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권 종말”을 입에 올렸다.

북한의 잇따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한-미 연합군사연습 맞대응 탓에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태지만, 외교적 수사 차원에서라도 북한에 적극적인 ‘대화’ 신호를 발신하지 않은 건 문제적이다.

북에 대화 단절 책임 떠넘기기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의 상당한 부분을 할애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선 한-미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NCG) 창설로 대북 확장억제력이 강화됐다고 부각했다.

공동기자회견에서는 공동성명보다 강경한 대북 신호가 발신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 파트너 국가들에 핵공격을 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며, 그런 행동을 하는 어떤 정권이든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권 종말”이라는 표현은 지난해 10월 미 국방부가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 처음 명기한 것인데, 이를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입에 올린 건 무게감이 다르다. 그는 “북한의 핵 위협이 계속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제 제재를 뻔뻔스럽게 계속 무시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북한에 “대화하자”고 제안하는 대신 “협상 복귀 촉구”로 대화·협상 단절의 책임을 북쪽에 물으며 공을 넘겼다. 예컨대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에서 지속적인 평화를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서 북한과의 외교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며, 북한이 협상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고만 밝혔다.

이는 지난해 5월21일 서울에서 발표된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대화의 길이 여전히 열려 있음을 강조”한 데서 후퇴한 것이다. 당시 공동성명에는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는 문구도 있었는데 이번 공동성명에서는 빠졌다. 대신 “바이든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담대한 구상’(‘북이 실질적 비핵화로 전환하면 단계에 맞춰 북의 경제·민생 개선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의 목표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는 표현이 추가됐다.

다만, 한·미 정상은 대북 강경 신호 발신에 호흡을 맞췄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강조점에 차이가 있다. 한국이 강경 일변도라면, 미국은 한국 쪽과 보조를 맞추면서도 정세 관리에 신경 쓰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각) 공개된 미 <엔비시>(NBC)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협상 기대는 “비현실적”이라며 “중요한 것은 북한이 감히 핵무기에 의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9일 보도된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선 “보여주기식 남북정상회담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미국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지난 24일(현지시각)과 25일 “북한과 대화 추구와 인도적 지원”을 언급했다. 두 사람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 달성”도 강조했다.

한 외교안보 분야 원로는 “워싱턴 선언을 포함한 이번 정상회담의 대북 메시지는 실상은 평양이 아닌 서울을 향한 것”이라며 “김정은의 생각과 태도에 긍정적 변화를 줄 만한 의미 있는 메시지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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