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페미니스트에 편안함 주는 책방 [책&생각]

한겨레 2023. 4. 2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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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이 아니면 책방은 늘 조용하다.

전자는 책방의 위치가 아파트 1층의 상가에 무지개 깃발로 꾸며놓은 게 이상하고 신기해서 들어와 본 손님들일 테고, 후자는 '퀴어페미니스트 책방꼴'이라는 이름까지 알고 찾아온 손님들이다.

그런 이유로 함께 책방을 꾸리는 멤버들은 늘 고민하고 있다.

책방으로서나 퀴어단체의 공간으로서나 '퀴어와 페미니스트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는' 곳이라는 건 놓고 싶지 않으니까 다들 힘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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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책방은요]우리 책방은요 │ 책방꼴
언니네트워크의 사무실을 겸하고 있는 ‘책방꼴’ 외부 모습.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이 아니면 책방은 늘 조용하다. 손님이 별로 없기도 하고, 그런 이유로 특별히 음악을 틀어놓거나 하지 않아서 그렇다. 작은 동네책방의 숙명이랄지. 이런 조용하고 작은 책방에 찾아와주시는 손님들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여기는 뭐하는 곳이에요?” 하는 손님과 ‘다 알고 찾아왔지’ 하고는 구경해도 되냐고 묻는 손님이다. 전자는 책방의 위치가 아파트 1층의 상가에 무지개 깃발로 꾸며놓은 게 이상하고 신기해서 들어와 본 손님들일 테고, 후자는 ‘퀴어페미니스트 책방꼴’이라는 이름까지 알고 찾아온 손님들이다. 퀴어 책과 페미니즘 책들이 가득한 책방.

한국에는 하나뿐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특이한 서점이라서 해외에서도 가끔씩 찾아오신다. 책을 사가는가 여부는 별개의 일이지만, 그래도 일부러 찾아와주시는 것은 늘 고맙다. 방문객들에게 ‘퀴어와 페미니스트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는 공간’이라는 감상을 들으면 기쁘고 만족스럽다. 그런 공간이 어디 흔한가. 흔하지 않은 공간들 중에 하나라는 것이 이곳을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다는 마음을 다지게 한다.

언니네트워크의 사무실을 겸하고 있는 ‘책방꼴’ 내부 모습.
언니네트워크의 사무실을 겸하고 있는 ‘책방꼴’ 내부 모습.

사실 책방꼴은 ‘언니네트워크’라는 작은 퀴어페미니즘 단체의 사무실을 겸하고 있다. 언니네트워크의 사업으로 <퀴어페미니스트 매거진 펢>이라는 잡지도 6권째 냈다. 주변의 작은 서점들이 코로나로 문을 닫던 와중에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펢이 가져다준 책방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단체의 사무실이기 때문이 아닐까. 여튼 단체의 공간이다보니 회원행사를 위해 쓰는 경우가 자주 있어서 ‘여기는 뭐 하는 곳인가’ 하는 시선이 많기도 한 것 같다. 그런 이유로 함께 책방을 꾸리는 멤버들은 늘 고민하고 있다. 책방 이용자들과 회원이 많이 겹치다 보니 책방과 회원공간의 ‘밸런스’를 맞추는 일이 그렇게 쉽진 않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아등바등하고 있는 셈이다. 책방으로서나 퀴어단체의 공간으로서나 ‘퀴어와 페미니스트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는’ 곳이라는 건 놓고 싶지 않으니까 다들 힘내고 있다.

한번은 성소수자 혐오자가 책방 유리벽과 간판에 래커를 뿌린 범죄가 발생한 일이 있었다. 이 사람은 우리가 뭘 하는 사람들인지 대충은 알고 있었을 터이다. 안 그러면 어떻게 콕 집어서 ‘동성애 반대’를 적어놨겠는가. 여튼 책방에 상주하는 사람들로서는 당황스럽고 한편으로는 무서운 일이었다. 범인을 잡아서 처벌하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고 그렇기에 책방지기들도 여러 가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도움 없이 안전한 책방을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한국사회에서 안전한 소수자의 공간을 만들고 유지하는 일은 혼자서 하기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니까.

겨울이 끝나고 봄이 왔다. 책방꼴도 우리 사회도 겨울이 끝나고 평등이 꽃피는 봄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봄이 와서 많은 분들이 책방에 찾아와주시길.

글·사진 ‘시엘’ 책방꼴 책방지기

책방꼴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나길 18(서교동 487)
www.unninetwo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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