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숲] 소금산 앞에 두손을 모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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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해 전 몽골 여행 중에 만났던 소금광산이 요즘 자주 떠오른다.
그 소금광산은 몽골의 가장 큰 호수인 옵스 호수 부근에 있었다.
만일 이런 보도가 현실화한다면 우리나라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천일염인들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겠냐는 염려가 크다.
생존을 위해 소금을 사재기하기 시작했다는 풍문이 돌지만, 그 또한 우리 후손들의 미래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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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해 전 몽골 여행 중에 만났던 소금광산이 요즘 자주 떠오른다. 그 소금광산은 몽골의 가장 큰 호수인 옵스 호수 부근에 있었다. 먼저 찾아간 옵스 호수는 바다처럼 넓고 푸르렀다. 메마른 사막과 드넓은 평야를 여행하다가 호수 앞에 서니 가슴이 탁 트였다. 옵스 호수는 염분이 많은 호수로 바닷물보다 염도가 다섯배나 높다고 했다.
호수를 보고 나서 주변 습지를 돌아보는데 방목하는 소와 말들도 보이고, 습지 곳곳에는 흰 소금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여름에 호수의 물이 불어나면서 주변 습지에 들어찼다가 물이 빠진 자리 곳곳에 소금 결정들이 저절로 생긴 것이다. 너무 신기해 소금을 주워 입에 넣어보니 무척 짭짤했다.
우리 일행은 다시 차를 타고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소금광산으로 향했다. 까마득한 옛날, 바다였다가 바닷물이 빠진 뒤 지질학적인 변화로 융기돼 서서히 마르면서 소금산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오랜 기간 퇴적된 암염 광맥이 지각의 융기로 지표면 가까이에 드러난 것이다.
유목민들이 풀어놓은 가축들이 어슬렁거리는 초지를 지나 한참을 더 가자 바위산이 나타났다. 바위산 밑에는 암염을 채취하는 광부들이 보였다. 뾰족한 정을 바위에 대고 쇠망치로 수도 없이 내려치고 있었는데, 그렇게 캐낸 바윗덩어리가 곧 암염이다. 암염은 그 빛깔도 다양했다. 푸른빛이 도는 것도 있고, 붉은빛·흰빛이 도는 것도 있었다. 흰빛이 도는 암염은 식용할 수 있는 최상급이고, 붉은빛이 도는 것은 중급, 푸른빛이 도는 것은 하급으로 가축에 준다고 했다.
소금 광부들이 캐낸 흰 암염 조각을 입에 넣어 보았더니 달았다. 본래 짠 소금이 이렇게 달게 되기까지 햇빛과 바람과 비와 공기, 얼마나 많은 시간의 풍파가 오래 스며들었을까. 문득 나는 소금산이 성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지구 위의 생명들은 소금이 없으면 살지 못한다. 나는 수첩을 꺼내 소금산 앞에서 느낀 뭉클한 소감을 몇줄 메모했다.
“젊은 날부터/ 신에게 경외의 노래를 바쳤지만/ 진정 노래할 가치가 있는/ 소금산 앞에/ 나는 공손히 두 손을 모았다.”
요즘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를 태평양으로 흘려보낼지도 모른다는 보도를 봤다. 만일 이런 보도가 현실화한다면 우리나라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천일염인들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겠냐는 염려가 크다. 방사능 물질이 특히 소금을 좋아해 잘 흡착된다고 하니 말이다. 생존을 위해 소금을 사재기하기 시작했다는 풍문이 돌지만, 그 또한 우리 후손들의 미래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지 않은가.
소금광산을 떠나기 전, 암염을 캐서 살아가는 소금 광부의 집을 둘러보기로 했다. 마침 소금 광부는 며칠 전에 잡은 양고기를 삶아서 내놓았다. 우리는 그 가족들이 양고기를 시식하는 모습을 보고 킬킬대고 웃으며, 그들을 따라 잘게 썬 양고기를 암염에 쓱쓱 문질러 먹었다.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 우리에 갇힌 가축들을 보았는데, 가축들도 긴 혀로 소금덩어리를 맛있게 핥고 있었다. 문득 나는 그들이 핥는 것이 단지 소금이 아니라 다디단 신성(神性)이란 생각이 들었다.
고진하 시인·야생초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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