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조 PF 대출' 부실 우려에 금융권 소방수 등판…건설사 '숨통'

서상혁 기자 2023. 4. 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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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부터 대주단 협의체 본격 가동…만기 연장 요건 낮춰 사업장 정상화 지원
손실 부담 원칙 명시하고 채권 순위 따라 인센티브도 부여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공사 현장. 2023.3.20/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부실 우려가 커지자, 금융권이 소방수로 나섰다. 금융권은 신속한 사업장 정상화를 위해 대주단 협약 중 대출 만기 연장 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지원이 거절되더라도 시행사·시공사에 기회를 추가로 부여하기로 했다.

대주단 협의체가 공식 출범하면서 돈줄이 말라 발을 동동 구르던 시행사와 시공사는 한숨 돌리게 됐다.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에 건설 원자재값 상승으로 금융회사들은 PF의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발을 빼려는 분위기였다. 사업 초기 단계에 2금융권으로부터 받는 '브리지론'의 경우 사실상 본 PF 전환이 막힌 상황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를 비롯한 6개 금융협회, 상호금융중앙회, 정책금융기관 등 15개 금융기관은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PF 대주단 협약식'을 열었다. 금융당국은 연초 업무계획을 통해 부동산 PF 리스크 완화 차원에서 지난 2009년 제정되고 2012년 1차 개정된 'PF 대주단 협약'을 다시 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 PF란 부동산 사업장의 '사업성'을 보고 금융회사들이 내어주는 대출을 말한다. 사업 초기 토지 구입 목적으로 받는 브리지론, 이후 브리지론 상환과 공사비 명목 등으로 받는 본 PF로 나뉜다. 규모가 큰 만큼 은행 금융회사가 공동으로 대출을 해주는데, 이들 금융회사들의 모임을 '대주단'이라고 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증권·보험·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회사·상호금융(새마을금고 제외)권의 PF 대출 잔액은 129조9000억원이다.

◇대주단 3분의2만 동의해도 대출 만기 연장…지원받은 시행사, 분양가 낮춰야

대주단은 채권 금융회사의 의결 기구로서 사업장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다. 협약 개정안에 따르면 PF대주단에는 기존 은행·보험·여신전문금융회사·저축은행·증권사·정책금융기관에 더해 상호금융조합과 새마을금고, 연합자산관리주식회사도 참여한다.

PF 사업장의 사업 정상화는 △공동 관리 절차 개시 △정상화 방안 수립 △특별 약정 체결 순으로 이뤄진다.

공동 관리 절차는 대상 사업장은 3개 이상의 채권금융기관이 참여하면서 총채권액이 100억원 이상인 곳이다. 브리지론과 본 PF 사업장 모두 적용된다.

공동 관리 절차가 시작되면 자율협의회를 통해 사업장 정상화 방안을 수립한다. 자율협의회의 모든 안건은 채권액 기준으로 4분의3 이상 동의했을 경우 이뤄진다. 단 1개 금융회사가 전체 채권액의 4분의 3을 보유했을 경우 채권금융회사 기준으로 5분의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특정 금융회사 위주로 여론이 흘러가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자율협의회에선 대체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공동관리 절차의 지속 여부부터 신탁사의 책임준공기한 연장을 포함한 채권행사 유예기간 연장 여부, 사업권 캠코 매각 여부, 상환유예·만기연장 등 채권재조정·신규자금 지원 여부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만기연장은 채권액 기준으로 3분의 2만 동의하더라도 의결된다. 이번에 신설된 조항으로, 신속한 지원을 위해 문턱을 낮췄다. 또 대주단 내 자체 합의로 자율협의회 의결 요건을 채권액 기준 최저 2분의 1까지 낮출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사업정상화 계획을 바탕으로 대주단은 시행사(또는 시공사)와 특별 약정을 체결한다. 의결이 부결됐을 경우 시행사나 시공사는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사업 정상화 계획을 다시 평가받아 1회에 한해 재의결을 요청할 수 있다. 역시 이번 개정안에 신설된 내용이다.

개정안의 또 다른 특징은 '손실 분담 원칙'이 담겼다는 점이다. 대주단 협약 같은 구조조정은 '채무자의 손실 부담'을 전제로 하는 게 관행이나, 이번엔 '원칙'으로 명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채권 금융회사는 사업장 정상화를 위해 자율협의회 의결로 '채권 재조정'을 추진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지원을 받는 시행사나 시공사가 '분양가 인하를 포함한 손실 부담'을 지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분양 수익을 바탕으로 대출을 상환하는 PF 특성상, 분양률이 상승해야 부실 위험도 떨어진다.

분양가 인하 외에 공사비 인하나 중도금 대출 금리 인하·발코니 확장 등 분양률 제고를 위한 마케팅 등이 손실 분담 방안 거론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분양가를 깎아줄 경우 분양을 받은 이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나올 수 있는 만큼, 기존 분양자에겐 인테리어를 무상으로 해주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라며 "한편으로 대주단이 시행사에 손실 부담을 강하게 요구하면 부도가 날 수 있으니, 결국 시행사와 대주단의 손실 분담 노력이 조화롭게 이뤄져야 사업장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 금융회사의 대주단 이탈을 최소화할 장치도 이번 협약에 마련됐다. 협약에 따르면 원금이나 발생 이자 감면이 진행될 경우 채권 순위에 따라 감면 비율을 다르게 할 수 있도록 했다. 원금이나 발생이자 감면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에 대한 출자로 전환할 것을 고려할 수도 있게 했다. 당장의 이익을 위해 일부 채권사가 대주단에서 나가면 사업장 정상화가 어려워지는 만큼, 채권 순위에 따라 일종의 인센티브를 부여한 것이다.

◇돈줄 마른 PF 사업장, 한숨 돌렸다…캠코 펀드 구축 작업도 '속도'

대주단 자율 협약이 마련되면서 급한 불은 끄게 됐다.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에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자재 가격도 급등하자 금융권은 PF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 기존 대출의 만기연장도 거절하는 등 발을 빼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특히 '브리지론'의 상황이 심각하다. 최근 부동산 시장 경색과 PF 신규 취급 중단으로 '브리지론'의 '본PF' 전환이 사실상 막힌 상황이다. 브리지론은 주로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취급하는데, 금리대가 높아 본PF 전환이 지연될수록 시행사의 이자 부담이 가중된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은행·보험·증권·여전사·저축은행·상호금융(새마을금고 제외)의 지난 연말 기준 PF 대출 연체율은 1.19%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0.82%p 올랐다. PF대출 연체율은 지난 2020년 0.56%에서 이듬해 0.37%로 낮아졌다가 올 9월말 0.86%로 급등해 계속 오르고 있다.

특히 2금융권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증권업계의 연체율은 전년 말 3.71%에서 지난 연말 10.38%로 크게 올랐다. 캐피탈 등 여신금융전문회사는 0.47%에서 2.20%, 저축은행은 1.22%에서 2.05%로 올랐다. 보험은 0.07%에서 0.60%로 상승했다.

대주단 협약 개정이라는 큰 과제가 마무리된 만큼, 나머지 대응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융당국은 캠코가 1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부실 또는 부실 우려 채권을 매입하도록 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도 참여한다.

이밖에 전체 3600여개 사업장 중 300~500곳을 '요주의'로 보고 밀착 관리 중이다. 자금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부터 대주단 간의 갈등은 없는지 모든 현황을 들여다보고 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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