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동맹 심화, 中과는 멀어져... '워싱턴 선언'은 기대와 우려 엇갈려
확장억제·경제안보·글로벌 정세 분야 전문가 10명
전직 외교 장·차관 "한미관계 밀착…새 지평 열어"
"美, 한국 불안 달래기에 집중…확장억제 강화해"
군사안보 분야 두고 "대중국통합억제 위한 빌미 제공" 지적도
기술협력·우주동맹 다졌지만…"경제안보 방향성 설정 안돼"
한중·한러관계 불안정성 높아져…관계 관리 주요 과제로
한미 양국은 26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통해 '글로벌 가치동맹'으로 거듭났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기반으로 협력의 폭을 전방위적으로 확대·심화시켰다. 반면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구도가 한층 고착화된 점은 부담으로 남았다. 이번 회담의 성과와 과제를 27일 외교안보와 경제분야 전직 고위관료와 전문가 10명에게 물었다.
전직 외교장·차관 "한미, 가치기반으로 포괄동맹 심화…인도·태평양 행위자로 거듭나"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한미관계가 군사동맹에서 글로벌·경제동맹으로 확장했다"며 "협력의 폭을 넓혔지만 어떻게 이행해 나가느냐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윤 전 장관은 "한미가 업무협약(MOU)을 23건 체결한 건 동맹을 기술분야로 확장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주일대사를 지낸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지난 5년간 한국은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외교안보적으로 소외된 면이 있다"며 "이번 회담을 통해 입지를 다지고 미국과 협력을 심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신 전 차관은 특히 "한일관계 개선으로 한미일 협력체계를 강화할 토대를 만들어 결과적으로 우리가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며 "미국에 외교적 레버리지(지렛대)를 만들어 놓는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NPT 체제 속 확장억제 최대화" vs "상징성 얻고 대중억제책 편입"
회담의 최대 성과로 꼽히는 '워싱턴 선언'에 대해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례적 '핵협의그룹'(NCG) 창설과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반도 전개를 통해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의 실효성과 신뢰성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에 동의하면서도 "어떻게 운영하고, 얼마나 수시로 한미 전문가들이 정보와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느냐에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전제를 달았다.
반면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워싱턴 선언이 "한국 내 핵무장론, 전술핵 재배치 및 핵공유 요구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보여주기일 뿐"이라며 "SSBN이 한반도에 너무 근접해 노출되면 오히려 군사적으로 전략적 가치나 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대중국 봉쇄전략에 휘말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김 교수는 "북핵을 핑계로 미국의 대중국 전략계획에 우리 재래식 군사력을 통합하겠다는 (미국의) 속내가 드러났다"며 "대북 차원에 국한된 한미동맹의 범위를 지역으로 확장해 중국을 억제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달리 박영준 교수는 "우리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전력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최대한 대북억제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새롭게 표현된 것 같다"며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한미일 미사일 방어체계를 공동대응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며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한미일이 협력을 강화한다고 중국을 군사적으로 적대시하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신흥기술·우주동맹 발판 마련했지만…안보 측면서 구체성 떨어져
경제분야 성과는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양자 컴퓨팅이나 우주기술 등 신흥기술 경제분야에서 한국의 미래산업을 담보할 수 있는 기술협력 기반을 마련했지만,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반도체법과 같은 미국의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조치에 한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FDPR을 포함한 비관세장벽 문제에 있어 한미 간 이견을 최소화하고 상호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경제질서 방향에 대해 인식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장·차관급 대화 등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장균 전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제분야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는 새 공급망 및 경제질서 재편에 대해 구체적인 방향을 정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기술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는 데 우선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미일 밀착 명확해져…한중·한러관계 관리 과제로
미국과 더 밀착하면서 한중관계가 불안해졌다는 우려도 나왔다. 다만 전문가들은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겨냥한 발언 수위를 조절해 격한 충돌은 피하려 했다고 평가했다.
문흥호 한양대 교수는 "양국 정상이 ‘대만해협의 평화를 강조하며 그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한다‘고 했다"면서도 "중국이 가장 싫어하는 ’대만 문제는 양안 간 문제가 아닌 한반도 문제처럼 세계적 이슈‘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중 고위급 대화를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윤 대통령이 가치에 기반해 미국뿐 아니라 우호국과 협력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미국이 제안한 양대 진영론을 수용한 셈"이라면서 "중국을 진영 차원에서 억제하겠다는 데 합의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중국도 한국과 갈등을 당장 확대하고 싶지는 않겠지만 현 상황을 심각하게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유대근 기자 dynam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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