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도나 오른 바다도 있다" 해수면 온도마저 급상승… 눈앞 닥친 기후재앙

권영은 2023. 4. 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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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완충제' 역할을 하던 바다도 이제는 무력해지고 있다.

이달 초 지구 전체의 해수면 평균 온도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기상청의 사이먼 굿 해양관측 전문가는 "엘니뇨가 발생하면 해수면 온도가 일시적으로 상승하고, 결과적으로 지구 전체의 온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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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완충 지대' 역할도 무력해져
"내달 '엘니뇨' 더 가세… 온난화 가속화"
지구온난화로 녹아 버린 남극 대륙의 빙하가 바다 위를 떠다니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완충제' 역할을 하던 바다도 이제는 무력해지고 있다. 이달 초 지구 전체의 해수면 평균 온도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심지어 과거 30년간의 평균 온도보다 섭씨 14도가량이나 치솟은 곳도 있었다. 과학자들조차 설명하지 못하는 '이상 현상'이다. "기후재앙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닥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해수면 평균 기온 21.1도, 신기록 세웠다

2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BBC방송에 따르면, 이달 초 해수면 평균 온도는 섭씨 21.1도(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데이터)로 측정돼 역대 최고인 2016년의 21도를 넘어섰다. 특히 지난달 북아메리카 동해 수온은 1981~2011년 평균보다 무려 13.8도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이 상승하면 바닷물도 따뜻해지는 건 당연하다. 해수면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 시기(1850~1900년)보다 약 0.9도 올라갔다. 지난 40년간 0.6도나 급상승한 결과다. 다만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오른 육지 온도 변화보단 완만하다. 바닷물을 데우려면 육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데다 바다는 표층 아래에서 열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근 해수면 온도 상승은 이례적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영국 남극조사국의 마이크 메레디스 교수는 "과학자들도 (원인을 몰라)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며 "바닷물 온난화 정도는 정말 놀랍고, 매우 걱정스러운 수준"이라고 했다. 전례가 없는 극단적 기상 현상이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기후재앙의 전조일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우려한다. 지구상에 배출된 탄소의 25%를 가두는 '탄소저장고' 바다는 지구온난화의 '완충 지대'로 불렸다. 하지만 최근 바닷물 온도 상승은 이 같은 바다의 역량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얘기다.

2015년 11월 엘니뇨로 인해 토네이도를 동반한 집중호우가 미국 중서부 지역을 덮치면서 미주리주(州) 퍼시픽의 주택가가 물에 잠겨 있다. 퍼시픽=AP 연합뉴스

엘니뇨 오지도 않았는데… "0.2~0.25도 추가 상승"

여기에다 강력한 엘니뇨(적도 지역의 바닷물 온도 상승 현상)까지 예고돼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NOAA는 이달 중순 엘니뇨 주의보를 내리면서 "5~7월 엘니뇨 발생 확률이 특히 높다"는 관측 결과를 밝혔다. 영국 기상청의 사이먼 굿 해양관측 전문가는 "엘니뇨가 발생하면 해수면 온도가 일시적으로 상승하고, 결과적으로 지구 전체의 온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요제프 루데셔 독일 포츠담기후영향 연구소 박사도 "엘니뇨로 인해 0.2~0.25도 더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0.2도 상승'이 초래하는 결과는 엄청나다. 해양 생태계 파괴는 1차적 피해다. 특히 산호초에 치명적이다. 산호초가 집단 폐사하면 산호초를 서식지로 삼는 해양 생물 25%의 생존도 위협받는다. 따뜻할수록 부피가 커지는 물의 특성상 해수면이 상승하고, 빙하가 녹는 속도도 빨라진다. 대기 순환 패턴에 영향을 미쳐 허리케인, 사이클론 등 기상 이변 역시 잦아진다. 그리고 바닷물의 탄소 흡수 능력을 떨어뜨려 '온난화 가속화'라는 귀결을 맞는다.

실제로 기상이변 현상은 지역과 시기를 가리지 않고 전 지구를 휩쓸고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의 마크 매슬린 지구시스템과학 교수는 "과거 많은 사람들이 '올해가 그저 극단적일 뿐'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기상이변은 2022년에도, 2023년에도 계속 목격됐다"며 "이미 '뉴 노멀'이 된 기후변화가 전 세계에 파괴적 영향을 미친다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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