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도 내빈도 놀랐다… 尹의 ‘아메리칸 파이’ 열창에 기립박수

워싱턴/최경운 기자 2023. 4. 28.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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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게 기획된 만찬… 한미 정상, 우정 과시
26일(현지 시각) 미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가수 돈 매클레인의 친필 사인이 새겨진 통기타를 깜짝 선물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아일랜드 시인 셰이머스 히니와 미국 팝 가수 돈 매클레인. 이 두 사람은 26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마련한 백악관 만찬에 초대된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인의 마음을 잡기 위해 준비한 깜짝 카드였다.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미국을 국빈(國賓) 방문한 윤 대통령은 이날 아일랜드계인 바이든 대통령과 만찬을 하면서 히니가 번역한 글귀를 읊조리고 내빈들의 요청에 매클레인이 1971년 발표한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를 불렀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의 파트너십을 위해, 우리 국민을 위해, 가능성을 위해, 한국과 미국이 함께 만들어갈 미래를 위해, 우리가 그것을 향후 170년 동안 함께하길”이라고 외치며 건배를 제의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이 성대한 만찬장에 함께하는 여러분이야말로 역사상 가장 훌륭한 동맹이라 평가받는 한미 동맹의 든든한 주주이자 후원자”라면서 답사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히니가 번역한 책에 나오는 “존경받는 행동이야말로 모든 사람 사이에서 힘을 얻는 길”이라는 구절을 인용하고 “지난 70년간 한미 동맹을 지탱해 온 분들의 존경받는 희생과 행동이 모여 우리의 동맹은 미래를 향해 함께 행동하는 강력한 동맹이 됐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우정은 네 잎 클로버 같아서 찾기는 어렵지만 일단 갖게 되면 그것은 행운이라는 속담이 있다”며 “오늘은 한미 동맹이라는 네 잎 클로버가 새 뿌리를 뻗어나가는 역사적인 날로 기억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히니가 아일랜드인이란 통역의 소개에 미소를 지었던 내빈들은 이 속담도 아일랜드 것이란 설명에 박수를 보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일랜드계인 것을 염두에 두고 준비한 말임을 알아챈 것이다. 윤 대통령은 “우리의 강철 같은 동맹을 위하여”라며 건배를 제의했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 특별공연에서 1970년대 빌보드 히트곡 '아메리칸 파이'를 즉석에서 열창하자 조 바이든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환호하고 있다./연합뉴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만찬과 함께 진행된 음악 공연을 지켜보다 무대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내빈들이 노래 한 곡을 요청하자 “여러분께서 원하시면 한 소절만 부르겠다”면서, 피아노 반주에 맞춰 “A long long time ago, I can still remember how that music used to make me smile(아주 오래전을 난 기억해. 그 음악이 얼마나 나를 웃게 해주었는지)”로 시작하는 매클레인의 아메리칸 파이를 1분 정도 불렀다.

내빈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손뼉을 치다가 노래가 끝나자 기립 박수를 보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신이 노래를 잘하는 줄은 몰랐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들들이 어렸을 때 이 노래를 좋아했고 가사 중 ‘위스키 앤 라이(whiskey ‘n rye)’를 ‘위스키 앤 드라이(whisky and dry)’로 바꿔 불렀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큰아들인 보 바이든은 2015년 46세의 나이로 뇌종양으로 사망했다.

이날 만찬장에서 공연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타들도 윤 대통령이 노래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다.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주연 레아 살롱가, ‘오페라의 유령’의 노먼 루이스, ‘위키드’의 제시카 보스크 등이었다. 이들은 윤 대통령에 앞서 해병대 밴드 반주에 맞춰 아메리칸 파이를 불렀다. 윤 대통령을 배려한 선곡이었다고 한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에게 돈 매클레인의 친필 서명이 들어간 통기타를 선물했다. 윤 대통령이 매클레인의 노래를 좋아하는 것에 착안한 ‘깜짝 선물’이었다. 윤 대통령의 매클레인 노래도 바이든 대통령의 만찬 준비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미국인의 음악과 문화에 대한 애정을 존중한 ‘맞춤형 이벤트’였다는 것이다. 한 여권 인사는 “윤 대통령은 선거 캠페인 때 ‘당선돼 워싱턴 DC를 찾게 되면 공항에서 매클레인의 노래 윈터우드가 흘러나왔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그의 노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만찬 메뉴로는 양배추, 콜라비 등 채소와 고추장 소스를 곁들인 크랩(게살) 케이크, 당근과 잣을 곁들인 소갈비찜이 주요리로, 바나나 스플릿과 레몬 맛 아이스크림 등이 디저트로 나왔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턱시도에 나비넥타이를 맸다. 김 여사는 흰색 재킷에 롱드레스를 입고 손에는 흰 장갑을 꼈고, 질 바이든 여사는 연보라색 원피스 차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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