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통일 정책선 한뜻… 기적같은 일”

김정환 기자 2023. 4. 28.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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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과나눔·한국정치학회, 前통일장관 초청 콘퍼런스

이종석·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이 26일 “이제는 당파를 넘어 통일 정책을 만드는 데 서로 협력해야 한다”며 “현재 정치권이 극단적으로 대립하지만, 보수·진보 정부 모두 ‘통일’을 강조했고 정책 방향도 다르지 않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홍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이종석(오른쪽에서 둘째) 전 통일부 장관과 홍용표(맨 오른쪽) 전 통일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정치학회·재단법인 통일과나눔이 주최한 ‘초당적 통일 정책의 모색-가능성과 한계’ 콘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왼쪽 둘째는 사회를 맡은 김영수 북한연구소장, 맨 왼쪽은 백우열 연세대 통일연구원 부원장. /남강호 기자

두 전직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정치학회·재단법인 통일과나눔이 주최한 ‘초당(超黨)적 통일 정책의 모색-가능성과 한계’ 콘퍼런스에서 “10년 이상 국민 50~70%가 통일을 찬성했다. 국민으로부터 이런 지지를 받는 국가 정책은 많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 여야 이견 없다”

두 전직 장관은 이날 ‘한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을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9년 9월 국회 특별 연설에서 ‘자주·평화·민주의 통일 원칙’ ‘남북 연합→통일민주공화국’ 등의 내용이 담긴 한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으로 이름이 바뀌기도 했지만 김대중 정부 등 보수·진보를 떠나 역대 정부가 이어받았다.

이 전 장관은 “이 방안이 초당적 협력의 기초”라며 “보수·진보가 극심한 분열을 겪는 통일 정책에서 양측이 하나의 모델·경로를 공유하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했다. 홍 전 장관은 “한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은 광범위한 여야 논의와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시대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지만, 그 원칙은 여전히 가치가 있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중도층’, 홍 전 장관은 ‘젊은 층’이 공감하는 통일 정책을 만들어야 하며, 이는 여야 모두 이득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축사에서 “우리 정부의 공식 통일 정책은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이라며 “통일 정책의 초당적 합의는 매우 중요하며 민족과 미래를 위해 특정 이념에 휘둘려선 안 된다”고 했다.

◇“1989년 국회 본받아 북핵 해결 머리 맞대야”

이날 콘퍼런스에선 다른 통일 정책 전문가들의 제언도 이어졌다.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현재 초당적 협력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야당 대표나 야당 대선 후보를 불러 ‘우리가 남북 회담을 하기 전에 이런 문제를 두고 북한과 논의하려 하는데 상의하고 싶다’라고 하는 분위기가 왜 안되는지 고민해왔다”며 “모든 정책이 승자 독식 체제 하에서 의견 수렴이 불가능하고, 국민을 위한 통합된 의견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유환 통일연구원 원장은 “헌법이 통일을 국민이 아닌 대통령의 의무로 규정하고, 야당이 정부·여당의 통일 정책을 부정하는 데서 정체성을 찾기 때문”이라고 했다.

배기찬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노무현 정부 말인 2007년 10·4 남북 공동 선언 때 국회 비준 동의를 받지 않은 점이 안타깝다”고 했다. 또 “문재인 정부 때도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때 야당과 대화한 뒤 문 전 대통령이 ‘저의 성과가 아닌 야당의 도움으로 된 것’이라고 했으면 통일 정책에서 양극화된 정치 지형이 누그러졌을 것”이라고도 했다.

배 전 처장은 과거 여야 정치인들의 협치를 배워야 한다고 했다. 그는 “1989년 노태우 전 대통령은 포용·진취적인 정책 전문가들과 함께했고, 야당엔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총재가 있어 역대 어느 국회보다 법안 합의를 많이 했다”며 “이런 정치인들이 있어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이 나온 것”이라고 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미 우리가 체제 경쟁에서 이겼고, 대한민국은 G8(주요 8국)의 위상을 가진 선진국”이라며 “보수도 김대중 정부의 햇볕 정책을 배워 과감한 북한 개방 정책을 펴야 한다”고 했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북한의 핵 보유가 기정사실이 됐다”며 “이제는 과거 정책을 끄집어내 서로 탓하지 말고, ‘사실’이 아닌 해석과 주장에 대한 논쟁을 자제하며 북핵 문제에 대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했다.

◇“‘통일 이슈=표(票)’ 아닌 지금이 협력 적기”

이영선 통일과나눔 재단 이사장은 “지난 대선에서 통일 이슈가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며 “통일 이슈가 득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 때문일 텐데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통일 정책을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한 인기 영합적 수단으로 삼기보다 민주주의와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초당적 통일 정책을 모색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백우열 연세대 통일연구원 부원장도 “통일 이슈의 비쟁점화는 역설적으로 한반도 통일 전략의 필수 요소인 ‘초당성’을 재창출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이며, 통일 정책을 처음부터 다시 리셋(reset)해야 하는 순간”이라고 했다.

천해성 전 통일부 차관은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오는 팽나무 노목(老木)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1989년 당시 국회에 통일 특위도 있었고, 200여 차례 공청회 거치면서 여야가 협의했다”며 “(그때처럼) 초당적 통일 정책을 가능하게 하려면 국회에서 특위, 자문위 등을 만들어 학회, 민간, 종교 단체 등이 참여한 협력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최아진 한국정치학회장은 “통일과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해 초당적 협력과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을 위한 준비와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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