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9000억원 쓰고도… 30년만의 최악 성적표

김민기 기자 2023. 4. 2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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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리그 6번 우승팀서 11위로
27일 경기를 지켜보는 램파드 첼시 감독. /로이터 연합뉴스

최근 8경기 2무 6패. 30년 만의 부진. 첼시(잉글랜드)가 날개를 꺾인 듯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첼시는 27일 브렌트퍼드와 벌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에서 홈(런던 스탬퍼드 브리지) 이점에도 0대2 완패했다. 전반 37분 자책골에 이어 후반 33분 추가골을 허용했다. 경기력에 실망한 홈팬들은 속속 경기장을 빠져나갔고 끝내 반전은 없었다.

첼시는 EPL 6번, 유럽 챔피언스리그(UCL) 2번 우승을 차지한 전통의 강호. 그런데 올 시즌엔 너무 다르다. 현재 20팀 중 11위(승점 39). 다른 팀에 승점을 내준다는 의미에서 ‘승점 자판기’ ‘동네북’이라는 오명을 썼다. 첼시는 지난달 12일 레스터시티와 리그 경기(3대1)를 끝으로 공식전 8경기에서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최근엔 5연패 늪에 빠졌는데 이는 1993년 이후 30년 만이다. 당시 첼시는 리그 14위로 마감했다.

◇9000억원 쓴 첼시, 현명한 소비 했나

첼시는 올 시즌을 앞두고 큰 변화를 겪었다. 작년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003년부터 첼시를 운영한 러시아인 로만 아브라모비치(57) 구단주는 압박을 받았고 결국 구단을 매각했다. 미국인 토드 볼리(50)가 이끄는 컨소시엄이 첼시 새 주인이 됐다. 금융계 억만장자 볼리는 지갑을 여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첼시가 올 시즌 이적 시장에서 선수 영입에 쓴 돈은 6억1149만유로(약 9051억원). 카타르 월드컵 영플레이어상 출신 엔소 페르난데스(22·아르헨티나)를 지난 2월 데려오며 1억2100만유로(약 1791억원)를 지출, EPL 역대 최고 이적료를 갈아치웠고 미하일로 무드리크(22·우크라이나)를 1억유로(약 1480억원)에 영입했다. 연봉도 파격적으로 지급했다. 최근 한 영국 매체가 공개한 EPL 연간 임금 청구서에 따르면 첼시는 선수들에게 약 3543억원을 지급, EPL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첼시는 돈이 능사가 아니란 걸 스스로 증명했다. 작년까지 맨시티 소속으로 5시즌 연속 리그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던 래힘 스털링(29·잉글랜드)은 올 시즌 첼시에서 리그 4골에 그친다. 아스널의 주포였던 피에르에므리크 오바므양(34·가봉)은 1골. 연봉은 스털링이 약 282억원, 오바므양이 약 139억원이다. 첼시와 비슷한 수준 연봉을 지급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3540억원)가 4위에 올라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우크라이나 리그에서 맹활약했던 무드리크는 첼시에서는 11경기에 나서 한 골도 넣지 못하는 등 영입생들 성적도 기대 이하다. 몸값 두둑한 어린 선수들과 경험 있는 선수들 모두 결정력을 잃은 형국이다.

리더십 부재가 원인으로 꼽힌다. 첼시 레전드(전설) 디디에 드로그바(45·은퇴)는 “카리스마, 책임감 있는 리더가 없다. 광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축구는 다른 스포츠보다 전술적, 환경적 영향이 크다. 잠재력 있는 선수가 적응하고 성적을 내려면 감독의 장악력과 전략이 중요하다”고 했다.

◇잦은 감독 경질, 소방수 못 하는 램파드

하지만 볼리 컨소시엄은 현명한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첼시는 UCL 우승을 이끈 토마스 투헬(50) 감독을 작년 9월 경질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지만 투헬 감독과 볼리 사이 마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 감독은 그레이엄 포터(48). 그는 첼시 선수단 장악에 실패했다. 일부 선수가 뒤에서 포터 감독을 조롱했을 정도다.

결국 시즌 두 번째 감독 경질을 단행한 첼시는 구단 레전드 출신 프랭크 램파드(45)에게 임시 지휘봉을 맡겼다. 하지만 램파드는 이미 2021년 첼시에서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바 있다. 이후 에버턴을 맡았는데, 부진을 거듭하다 올해 1월 해임됐다. 첼시의 공식전 5연패는 램파드 감독 부임 이후 기록이다. 램파드 감독이 에버턴 시절까지 더해 최근 치른 19경기 1승2무16패다. 잦은 감독 교체는 첼시를 혼란에 빠뜨렸다. 첼시 팬들은 이번 시즌 기대감을 접었다. 다음 시즌 새 감독으로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51)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첼시가 다음 시즌 날개를 다시 펼칠지 여부는 새 리더의 어깨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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