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플라자] 디지털 성범죄, 어차피 못 잡는다고?

서솔 유튜브 ‘하말넘많’ 운영자 2023. 4. 2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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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여성의 죽음을 방관하고 있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억울하고 참담한 여성의 죽음에 책임지는 이가 없다. 아무리 끔찍한 사건이 발생해도 며칠 뒤면 그들의 죽음은 잊힌 채 흔적마저 없어진다. 2019년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보도된 이후에도 그랬다. 새로운 사이버 범죄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논의하기보다는 성 착취 범죄 수법에 방점이 찍혔다. ‘사람이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처음 보는 범죄 방식에 모두가 경악했지만, 거기까지였다. 텔레그램 성범죄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어차피 못 잡는다.’ SNS를 통해 여성을 유인하여 성폭행을 저지르고 영상을 만들어 그들의 삶을 망가뜨리는 범죄자들이 자신 있게 외치는 말이다. 해외 서버가 기반인 사이트를 이용하고, 다크웹과 VPN을 통해 IP를 우회하면 범죄를 영원히 숨길 수 있다는 믿음이다. 디지털 성범죄는 계속해서 교묘해지고 있는데, 범죄를 당하지 않게 여성을 지켜줄 사회 안전망은 여전히 묘연하다.

그리고 2023년 4월, 강남에서 그루밍 성범죄를 당한 10대 여성이 고층 빌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것도 SNS 생중계를 하면서 말이다. 충격을 넘어 경악스러운 뉴스를 보자마자 기시감이 들었다. 이번에도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우울증 갤러리’(디시인사이드 사이트 내에 우울증을 키워드로 삼아 만든 게시판)의 존재와 그 사이트를 통해 이미 여러 여성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에 시선이 집중됐다. 포털 사이트에 ‘우울증 갤러리’를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투신 영상, 투신 라이브, 투신 얼굴’ 같은 키워드가 난무한다.

기댈 곳 없는 어린 청소년들이 자신의 우울함과 불안한 정서를 해소할 목적으로 우울증 갤러리에 처음 들어가 보았을 순간을 떠올려 보면 참담하다. 그들은 그저 자기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찾으려는 소박한 기대감으로 방문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곳은 오래전부터 성폭력과 10대 여성 청소년들의 극단적 선택을 방관하고 있는 악명 높은 범죄 소굴이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해당 갤러리는 디시인사이드 내에서도 ‘우울증을 앓고 있다면 절대 들어가면 안 될 곳’이라고 불렀다 한다.

사건 발생 이후 경찰은 우울증 갤러리 폐쇄를 요구했으나, 디시인사이드는 이용자들의 게시 글에 저작권이 있다는 이유로 폐쇄를 거부했다. 그렇다면 다음 대책은 무엇인가? 아직도 합당한 제도 수립과 관련자 처벌에 대한 후속 조치가 눈에 띄지 않는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해당 갤러리를 폐쇄해도 이용자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갈 것이기 때문에 폐쇄가 의미 없다고 항변한다.

‘어차피 못 잡을 테니까 상관없다’는 자신감. 지금 상태로는 맞는 말이다. 앞서 언급한 다크웹, IP 우회를 할 것도 없이 이미 대중적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틱톡, 카카오톡 오픈 채팅 안에도 여성을 노리는 범죄자가 득실거린다. 그중에서도 정신적, 경제적으로 취약한 여성 청소년들은 쉬운 표적이 된다. 범죄자들은 갈 곳 없는 어린 여학생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척, 만남을 유도해 성폭력을 저지른다.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성범죄를 알면서도 이렇게 영원히 방치할 셈인지 묻고 싶다. 이들을 지켜줄 어른은 도대체 어디에 있나?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 청소년의 정신 건강을 국가가 나서서 살펴주길 절박한 심정으로 바란다. 또한 법의 사각지대를 비웃는 범죄자에게는 법치국가의 존엄을 일깨워 주고, 성폭력을 당한 청소년에겐 충분한 지원을 해 주어야만 한다. 그것이 어른들이 할 일이다. ‘투신 라이브’를 검색해 보고 있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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