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택배노조와 진보당 관계
26일 진보당에서 전화가 왔다. 민주노총 소속 택배노조 간부 원모씨가 경기도 용인에서 쿠팡 자회사 직원들을 폭행했다는 기사를 보도한 이튿날이었다. 원씨는 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고, 폭행당한 직원들 중에는 병원에 실려간 사람도 있다. 진보당은 원씨가 진보당 당원이라는 기사 속 문구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사건과 진보당이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이유였다. 정말 이번 사건과 진보당은 연관이 없을까. 아니라고생각한다.택배노조가 지금처럼 불법도 개의치 않고 무소불위의 존재가 된 데에는 진보당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원씨는 진보당원이다. 그리고 택배노조와 진보당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폭행 사건을 저지른 원씨만 하더라도 진보당 깃발을 바닥에 펼쳐놓고 다른 택배노조원들을 모아 일장 연설을 하는 듯한 사진이 보도된 적이 있다. 그는 2021년 진보당 기관지 인터뷰에서 “(진보당은) 어머니와 같은 당”이라며 “당원이 5만, 10만명 될 때까지 입당 운동으로 당에 힘이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택배노조에서도 부위원장을 지냈을 정도로 핵심이었는데, 진보당 안에서도 기관지가 따로 인터뷰를 할 정도의 인사였던 셈이다.
원씨 개인만 연결된 것이 아니다. 진보당은 택배노조와 거의 한 몸처럼 움직였다. 택배노조는 터미널에 노조 깃발과 함께 진보당 깃발을 내걸었다. 택배노조 집회와 기자회견에는 진보당 인사가 단골로 등장했다. 상징적인 장면들도 있다. 작년 2월 진보당 대선 후보였던 김재연 전 의원은 대선 출정식을 국회나 당사가 아닌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했다. 당시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 본사 불법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집회에 참석한 조합원 목에는 선거관리위원회가 발급한 선거사무원 증명서가 걸려 있었다. 이로부터 일주일 뒤 택배노조가 2000명이 모인 대규모 집회를 열었었는데, 코로나로 인한 집회 인원 제한(백신 접종자 299명)을 받지 않았다. 김 전 의원이 유세 차량을 집회 현장으로 보내줘 대선 후보 선거 유세 현장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김 전 의원은 2021년 10월에도 CJ대한통운 앞을 찾았다. 그해 8월 김포의 택배 대리점주는 택배노조원들의 괴롭힘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가해자로 지목된 노조원들은 적반하장으로 ‘억울하다’며 단식 농성을 벌였다. 김 전 의원은 이들을 지지 방문한 것인데, 택배노조의 행패에 제도권 정당이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준 셈이다.
택배노조 핵심 간부들은 1980년대 주사파에서 출발한 NL(민족 해방) 계열이 많다. 진보당과 상당 부분이 겹친다. 운동권 인사들은 NL 세력이 통합진보당 해체로 정치적으로 고립되자 택배노조 등에서 활로를 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 ‘택배노조 불법과 진보당은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없다. 택배노조의 이런 행태를 진보당이 부추기거나, 최소한 묵인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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