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형 확장억제 ‘워싱턴선언’ 북한 대응 주목
‘핵협의그룹’ 신설 등 내용은 획기적
구속력 있는 후속 조치 대화 이끌길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북한의 핵 공격에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한국과 미국의 확고한 결의를 담은 ‘워싱턴선언’을 채택했다. 양국이 확장억제(핵우산)와 관련한 공동 합의문을 문서로 발표한 것은 70년 동맹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윤 대통령은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 공격 시 즉각적인 정상 간 협의를 갖기로 했으며, 이를 통해 미국의 핵무기를 포함하여 동맹의 모든 전력을 사용한 신속하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을 취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확장억제는 항구적이고 철통 같다”고 했다. 특히 “북한이 핵 공격을 감행하면 정권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며 북핵 위협에 강력 경고했다는 데 주목한다. 의미가 각별한 ‘한국형 확장억제’ 방안이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마친 뒤 내놓은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한미 정상 공동성명’과 별도로 발표한 ‘워싱턴선언’에 이목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선언의 핵심은 전략무기 운영계획에 대한 정보 공유 및 공동작전 기획·실행을 위한 ‘핵협의그룹(NCG)’이다. 상설기구가 아닌 협의체 성격이지만,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를 구체화했다. 북핵 위협 고도화에 맞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제도화하고, 사실상 한국과 미국의 ‘핵 공유’를 명시했다. 선언에는 NCG 신설을 비롯해 전략핵잠수함(SSBN) 등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인 한반도 전개 확대 등 확장억제의 구체적인 작동 방식 등이 담겼다. 미국의 방위 약속이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조치를 단행하겠다는 의지가 묻어 있다. 유사시 핵을 포함한 미국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양국은 미국의 전술핵을 한국에 상시 배치는 하지는 않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정기적으로 전개하기로 했다.
북한이 핵 협박을 노골화하면서 한국에서는 자체 핵무장과 전술핵 재배치 목소리까지 나온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오판을 막고, 한국 내 핵무장 여론을 무마할 필요가 있어 확장억제 강화책을 내놓았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현실화하자 국제 정세 및 안보 환경 변화에 조응하는 절충안인 셈이다. 대신 우리나라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으로서 비핵 지위 공약’을 재확인하면서 독자적인 핵무장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은 “전술핵을 포함해 어떠한 핵무기도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긋는 등 ‘전략적 상호 약속’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미 정상이 공식 문서로 핵우산에 대한 상호 신뢰도를 높였지만, 국민의 안보 불안감을 씻어주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선언이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오는 5월 한·미·일 정상회담까지 고려한다면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이 심화하는 가운데 북한 대응이 관심사다.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강 대 강’ 대결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워싱턴선언’ 내용의 구속력 등 후속 조치가 요구되는 이유다.
확고한 안보를 바탕으로 한 한미동맹은 경제 분야 공동 이익 추구 등 가치동맹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런 점에서 2011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경제동맹을 맺은 양국이 이번에는 기술·우주동맹으로 확대하면서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은 높이 살 만하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최첨단 반도체·배터리·양자에 관한 공공 및 민간협력 증진을 위해 디지털 기술 표준과 규정을 긴밀히 일치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래 기술의 국제 표준까지 공동 개발하게 된 것이다. NASA(미 항공우주국)와 우주 탐사 및 우주과학 협력을 합의해 우주동맹을 확대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반도체법 보완이 안 되는 등 아쉬운 부분도 일부 있다. 남은 기간 한미 동맹을 더욱 공고화하고 국익 우선의 성과가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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