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건물의 힘과 아우라[공간의 재발견/정성갑]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 2023. 4. 2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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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문화 이벤트는 단연 밀라노 디자인 위크였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볼 것 많고, 영감도 선물처럼 듬뿍듬뿍 안기는 디자인 축제.
일주일 만에 그 좋은 공간을 다 둘러보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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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문화 이벤트는 단연 밀라노 디자인 위크였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볼 것 많고, 영감도 선물처럼 듬뿍듬뿍 안기는 디자인 축제. 에르메스, 루이비통 같은 럭셔리 브랜드는 물론 북유럽 리빙과 조명 브랜드가 빠짐없이 참석하는 덕에 1주일간 계속되는 왕중왕전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무대의 인기와 영향력이 워낙 커 삼성, 기아, LG, 래코드, 노루페인트,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등도 야심차게 출석표를 찍고 있다. 매년 자비를 들여 이 행사에 참석하는 후배는 “선배 밥 먹을 시간도 없어요. 핑거 푸드 먹으면서 그냥 계속 돌아다니는 거예요. 가는 곳마다 너무 좋으니까”라고 말했다. 실로 그랬다. 이건 뭐 공간 연출 백과사전이라 할 만했다. 공간이 이리 독특하고 아름답다니, 연출을 이렇게 잘하다니 매일이 탄성의 연속이었다. 일주일 만에 그 좋은 공간을 다 둘러보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 깊은 여운과 떨쳐지지 않는 미련을 안고 디자인 애호가들은 매년 다시 밀라노행 비행기표를 끊는다.
결정적 힘은 공간 그 자체에 있었다. 밀라노는 로마도 아닌데 유적 같은 건물이 왜 이리 많은가? 스탕달 신드롬에 비유하자면 ‘스페이스 신드롬’이라 할 만했다. 공예로 한층 더 근사한 럭셔리 브랜드가 된 로에베는 신고전주의 양식의 외관이 인상적인 15세기 건물 팔라초 이심바르디(Palazzo Isimbardi)에서 전시를 열었고 덴마크의 리빙 브랜드 구비는 1930년대에 첫선을 보인 시립 야외 수영장 바그니 미스테리오시(Bagni Misteriosi)를 통째로 빌려 그간의 역사적 의자와 가구를 조명했다. 말이 수영장이지 규모도 크고, 중간중간 조각상이 있고, 물빛도 비현실적으로 투명해 수영장이 어떻게 이래? 소리가 절로 나왔다. 매년 엄청난 인기를 모으는 디자인 플랫폼 알코바(Alcova·사진)는 작년 버려진 군병원에 이어 올해는 폐기된 도축장을 선택해 또 한 번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래코드가 선택한 곳은 삼마르티니(Sammartini)였는데 오랫동안 물류창고로 쓰이다 5년 전부터 건축과 디자인, 아트를 위한 새로운 아지트가 되고 있다. 프로젝트명은 드롭 시티(Drop City).
수많은 곳들을 둘러보며 얻은 결론은 이렇다. 다른 건 오래된 것밖에 없다. 수명이 다한 건물을 재빨리 부수는 게 답인 듯하지만 묘안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차라리 ‘방치’하는 것이 낫다. 그렇게 살아남으면 에이징이 되면서 미래의 자산이 된다. 처음부터 공들여 지어야겠지만 오래된 건물은 그 자체로 힘이요, 아우라고, 미래이며, 차별점이다. 자극이자 바탕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오래된 것들은 일단 놔두고 보자, 단단히 당부하고 싶은 일주일이었다.
무대의 인기와 영향력이 워낙 커 삼성, 기아, LG, 래코드, 노루페인트,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등도 야심차게 출석표를 찍고 있다. 매년 자비를 들여 이 행사에 참석하는 후배는 “선배 밥 먹을 시간도 없어요. 핑거 푸드 먹으면서 그냥 계속 돌아다니는 거예요. 가는 곳마다 너무 좋으니까”라고 말했다. 실로 그랬다. 이건 뭐 공간 연출 백과사전이라 할 만했다. 공간이 이리 독특하고 아름답다니, 연출을 이렇게 잘하다니 매일이 탄성의 연속이었다. 일주일 만에 그 좋은 공간을 다 둘러보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 깊은 여운과 떨쳐지지 않는 미련을 안고 디자인 애호가들은 매년 다시 밀라노행 비행기표를 끊는다.
결정적 힘은 공간 그 자체에 있었다. 밀라노는 로마도 아닌데 유적 같은 건물이 왜 이리 많은가? 스탕달 신드롬에 비유하자면 ‘스페이스 신드롬’이라 할 만했다. 공예로 한층 더 근사한 럭셔리 브랜드가 된 로에베는 신고전주의 양식의 외관이 인상적인 15세기 건물 팔라초 이심바르디(Palazzo Isimbardi)에서 전시를 열었고 덴마크의 리빙 브랜드 구비는 1930년대에 첫선을 보인 시립 야외 수영장 바그니 미스테리오시(Bagni Misteriosi)를 통째로 빌려 그간의 역사적 의자와 가구를 조명했다. 말이 수영장이지 규모도 크고, 중간중간 조각상이 있고, 물빛도 비현실적으로 투명해 수영장이 어떻게 이래? 소리가 절로 나왔다. 매년 엄청난 인기를 모으는 디자인 플랫폼 알코바(Alcova·사진)는 작년 버려진 군병원에 이어 올해는 폐기된 도축장을 선택해 또 한 번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래코드가 선택한 곳은 삼마르티니(Sammartini)였는데 오랫동안 물류창고로 쓰이다 5년 전부터 건축과 디자인, 아트를 위한 새로운 아지트가 되고 있다. 프로젝트명은 드롭 시티(Drop City).
수많은 곳들을 둘러보며 얻은 결론은 이렇다. 다른 건 오래된 것밖에 없다. 수명이 다한 건물을 재빨리 부수는 게 답인 듯하지만 묘안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차라리 ‘방치’하는 것이 낫다. 그렇게 살아남으면 에이징이 되면서 미래의 자산이 된다. 처음부터 공들여 지어야겠지만 오래된 건물은 그 자체로 힘이요, 아우라고, 미래이며, 차별점이다. 자극이자 바탕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오래된 것들은 일단 놔두고 보자, 단단히 당부하고 싶은 일주일이었다.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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