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마가’와의 전쟁
당황스러웠다. 몇년 전 ‘티엠아이(TMI)’란 표현을 듣고서다. 영어로 ‘Too Much Information’의 약자라는 사실을 안 건 한참 뒤였다. 개인 신상에 대해 좀 더 깊게 얘기하면 상대방에게서 추임새처럼 어김없이 이 표현이 나온다.
줄임말 유행이 이젠 한국을 넘어 지구촌 대세로 자리를 잡고 있다. 미국에서도 그렇다. 이런 가운데 요즘 공화당 측에서 자주 쓰는 단어 중 ‘마가(MAGA)’가 있다. ‘Make America Great Again’의 알파벳 첫 글자를 땄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뜻이다. 2016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대선 구호였다. 이후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집권 시절에도 자주 사용됐다. 그때부터 정치적인 어휘가 됐다.
이 단어를 세계적으로 유행시킨 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맞다. 하지만 이전에도 미국 정계에선 곧잘 오르내렸다. 딱히 좌우를 가리지도 않았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 이어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연설에서 사용했다. 트럼프 열성 지지자들은 그를 마가라고 부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선 도선을 공식 선언하면서 이 단어를 사용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마가’와의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부각했다. 얘기가 나온 김에 미국 대선을 더 거론하면 민주당에선 경쟁자가 없지만 올해 80세로 고령인 데다 인플레이션 등을 비롯한 경제 이슈로 험로가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개한 3분 분량의 출마선언 동영상을 통해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하면서 벌어진 의회폭동 사태를 언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지지세력이 미국의 자유 민주주의를 파괴하려고 했던 상징적 장면으로 이 사태를 제시했다.
미국 대선은 앞으로 1년 이상 남았다. 시시각각 변화무쌍한 게 언어다. 이 기간에 또 어떤 줄임말이 만들어질지 궁금하다.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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