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일본 엘리베이터 속 간이의자의 배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령인구 비율을 가진 나라 중 하나다. 일본은 고령화 속도가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빠른 편으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겨우 2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미 지난 2006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겼다.
일본 정부와 사회는 고령인구에 대처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기존의 공공시설과 건축물을 개선해 노후 인프라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장애인과 노인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을 증설하고 있다.
고령인구를 대상으로 경제적 지원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노인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원금과 장기간 근무를 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마련했다. 65세까지 단계적으로 고용을 연장할 의무가 최근 기업에 부과됐다. 정년을 연장하거나 계속 고용하는 기업에는 보조금 혜택이 주어진다. 실제 ‘도요타 자동차’는 은퇴한 근로자를 재취업하도록 유도해 인력난에 대응하고 있다.
노인의 건강을 유지하고 복지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건강한 식습관을 촉진하고 운동을 장려하고 있다. 또 노인 돌봄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노인 돌봄 시설을 확대하고 노인 돌봄 전문가를 채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령화 속도를 줄이기 위해 암·치매 등 고령 질환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국립장수의료센터를 개원하기도 했다.
일본은 고령인구에 대처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도 도입하고 있다. 로봇 기술을 이용해 노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노인들의 건강을 모니터링하는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민간 기업이 실버산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사업자금 저리 융자, 세금 감면 등의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 일본을 방문했다. 엘리베이터 안에 간이의자가 눈에 띄었다. 노인들이 앉을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 안에 간이의자를 놓아 둔 것이다. 호텔과 음식점, 공공시설물의 엘리베이터 안에서 종종 간이의자를 만날 수 있다. 일본의 그 어떤 고령화 정책보다 엘리베이터 속 간이의자가 뇌리에 깊이 각인됐다. 고령화사회를 받아들이는 일본인들의 태도가 엿보였다. 디지털 문화가 생활 속 곳곳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지만 일본은 노인들을 위해 그 속도를 인위적으로 둔화시키고 있다. 일본은 생활 속 곳곳에서 노인들이 사회와 단절되지 않도록 아날로그를 고수하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건강한 고령자들을 위해 정년 연장이나 재고용 보장은 물론 연령차별금지법을 제정했다. 결국 선진국에서도 연금과 보건·의료 면에서 가중되고 있는 사회·가족 및 개인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고령화를 단절적인 인생의 주기로 보지 않고 생애 주기적 관점으로 고령화에 대응하는 정책을 채택해 나가고 있다.
사회와의 끈을 이어나가 경제적 안정을 누리고 있는 노인들이 스스로 생활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게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엘리베이터 속 간이의자와 같은 작은 배려부터 고용 안정, 직접 소득 지원까지 노인들이 사회와 단절되지 않는 삶을 누릴 수 있는 다양한 길을 찾아야 한다.
최원재 기자 chwj7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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