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세사기 공범’ 공인중개사, 자격 기준·책임 강화해야

경기일보 2023. 4. 2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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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동탄·구리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사기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수백명의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해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극단적 선택을 한 젊은이들도 있다. ‘건축왕·빌라왕의 전세사기’ 사건과 관련, 임대인과 결탁한 공인중개사들이 공분을 사고 있다. 공인중개사를 믿고 계약했는데 이들이 전세사기 공범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의자인 건축업자와 함께 사기와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있는 공인중개사는 6명이다. 다른 공인중개사 3명도 같은 사건의 공범으로 수사를 받고 있어 모두 9명의 중개인이 범행에 얽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공인중개사는 건축업자가 미추홀구 일대에 토지를 사들일 때 명의를 빌려줘 소규모 주택을 짓는 것을 도왔다. 보유주택이 2천700채까지 늘어나는 동안 월급 200만∼500만원과 함께 성과급을 받으며 세입자를 끌어모았다. 이들은 전세금의 0.3∼0.5%를 중개수수료로 챙기는 것 외에도 건축업자로부터 별도 인센티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대출을 낀 매물은 ‘보증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커 전세계약이 이뤄지기 쉽지 않다. 공인중개사라면 전세 계약 전 등기부등본으로 세입자에게 은행대출 여부를 확인시키고 위험성을 알려야 한다.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중개인은 중개 대상물의 상태와 입지, 권리관계 등을 설명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미추홀구 사건의 공인중개사들은 근저당이 잡힌 집이라도 전세금 반환에 문제가 없다며 세입자를 안심시켰다.

오피스텔 250여채를 소유한 동탄의 임대인 부부도 공인중개사에게 거의 모든 걸 맡겼다. 이 공인중개사는 거래계약서 확인·설명사항에 대한 미서명 등 공인중개사법 위반을 이유로 45일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세입자들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하루하루가 지옥인데, 공인중개사는 고작 영업정지다. 구리 전세사기 사건에 연루된 공인중개사도 ‘깡통전세’라는 사실을 알면서 임차인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임차인들은 대개 계약 과정에서 공인중개사 말을 그대로 믿는다. 이들이 임대인과 짜고 사기를 쳤다면 엄벌에 처해야 한다. 영업정지나 자격정지로 그쳐선 안 된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중개사로부터 받아낼 수 있는 피해 배상금이 한정돼 있는 것도 문제다. 계약을 하면 세입자는 2억원 한도의 부동산 공제증서를 받는다. 2억원은 계약별 한도가 아닌, 1년간 한 중개업소에서 발생한 모든 거래의 합계액이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수백명에 이를 경우 실익이 없다. 중개인의 고의·과실을 임차인이 입증해야 하는 것도 어려운 부분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인중개사의 자격 기준과 책임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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