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미 의회 연설 “거짓 위장 세력에 힘 합쳐 싸워야”
박근혜 후 10년 만에 영어 연설…“반지성주의, 민주주의 위협”
바이든 ‘대일외교 결단’ 사의…윤 대통령 ‘확장억제’ 성과 꼽아
윤 대통령 팝송 ‘아메리칸파이’ 열창…바이든 환호·기타 선물
미국을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연설에서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시스템이 거짓 위장 세력에 의해 무너지지 않도록 모두 힘을 합쳐 용감하게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방미 나흘째인 이날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의회에서 연설하면서 “전체주의 세력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부정하면서도 마치 자신들이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인 양 정체를 숨기고 위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은 2013년 5월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이후 10년 만이다. 연설은 30여분간 영어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가 진실과 여론을 왜곡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민주주의의 위기를 짚었다. 그러면서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로 대표되는 반지성주의는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 아니라 법의 지배마저 흔들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 핵심 철학으로 삼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70여년 전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맺어진 한·미 동맹은 이제 세계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했다”며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는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정반대의 길을 고집하는 세력”이라며 “자유와 번영을 버리고 평화를 외면해 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우리가 용납할 수 없는 지점이 있으며 절대로 넘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는 발언을 인용해 “(이를) 북한에 분명히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또 “저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층 강화된 확장억제 조치에 합의했다”며 한·미 공조와 한·미·일 3자 안보 협력 가속화를 강조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2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으로 방미 성과를 가를 핵심 일정을 마무리했다. 두 정상은 77분간의 회담 결과를 담은 공동성명과 함께 6개 별도 합의문서 등 7개 문건을 채택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뒤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기자회견에 나서 한·미 동맹의 의미를 강조하며 회담 결과를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이 헌신적으로 대일 외교에서 아주 큰 결단을 내리게 된 데 감사하다”며 사의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첫 번째 핵심 성과로 확장억제를 꼽았으며, “종전의 핵우산에 기초한 확장억제와는 좀 다른 것이 아니라 많이 다르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핵 공격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한국 국가안보실 도청 의혹은 회담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다. 한·미 정상회담 하루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기자회견에서도 관련 질문이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에 대한 우려를 포함해 재선 출마에 비판적인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내가 몇살인지도 모르겠다”고 농담으로 받아쳤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돈 매클린의 ‘아메리칸 파이’를 불렀다. 윤 대통령이 피아노 연주에 맞춰 “A long long time ago(아주 오래전)”라는 첫 소절을 부르자 함께 무대에 선 바이든 대통령과 참석자들의 환호성이 나왔다. 약 1분간의 열창이 끝나자 참석자들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매클린의 친필 사인이 담긴 기타를 윤 대통령에게 깜짝 선물했다.
워싱턴│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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