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자유에 대한 확신 갖고 美 국민 앞에 서"… 20여차례 기립박수
“저는 지금 자유에 대한 확신, 동맹에 대한 신뢰, 새로운 미래를 열고자 하는 결의를 갖고 미국 국민 앞에 서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자유 수호에 대한 신념을 밝히며 미국 상∙하원 합동 의회 연설을 시작했다.
미국 의원들은 주요 대목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20여차례 기립박수로 환호를 보냈다.
◆“대한민국 지켜준 미국 위대한 영웅, 영원히 기억”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는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며 연설 서두에 양국의 특별한 역사적 관계에 대해 강조했다.
오늘날 한국의 번영에는 1950년 공산주의 세력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준 미국의 도움과 원조가 결정적이었다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원주 324 고지전에 참전해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잃은 고 윌리엄 웨버 대령은 한국전 참전용사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활동에 여생을 바쳤다”며 “오늘 이 자리에 웨버 대령의 손녀 데인 웨버씨를 모셨다. 어디 계신지 일어나 주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어 웨버씨와 눈빛을 교환한 뒤 미소지으며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해 깊은 감사와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우리와 함께 자유를 지켜낸 미국의 위대한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전쟁의 참혹한 상처와 폐허를 극복하고 번영하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미국은 우리와 줄곧 함께했다”며 “한∙미 동맹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고 번영을 일구어 온 중심축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 세계사에서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발돋움한 유일한 사례인 대한민국은 한미동맹의 성공 그 자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소신과 대통령으로서 간직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밝히며 ‘미국의 파트너’임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저의 롤 모델은 드라마 Law & Order에 나오는 애덤 쉬프 검사의 실제 모델인 로버트 모겐소였다”며 “검찰총장 재직 시절 ‘미국의 영원한 검사 로버트 모겐소’’라는 책을 출간해서 후배 검사들에게 나누어 준 적도 있다. 발간사에도 모겐소의 명언인 ‘거악에 침묵하는 검사는 동네 소매치기도 막지 못할 것’이란 문구를 적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우리의 민주주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세계 도처에서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가 진실과 여론을 왜곡하여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며 “전체주의 세력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부정하면서도 마치 자신들이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인 양 정체를 숨기고 위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은폐와 위장에 속아서는 안 된다. 피와 땀으로 지켜온 소중한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시스템이 거짓 위장 세력에 의해 무너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용감하게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세력들을 비판하며 한∙미의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 양국의 자유를 향한 동맹이 70년간 이어지는 동안에도 이와 정반대의 길을 고집하는 세력이 있다. 바로 북한”이라며 “북한의 무모한 행동을 확실하게 억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미의 단합된 의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불법적 핵 개발과 미사일 도발은 한반도와 세계평화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레이건 대통령이 말한 바와 같이 ‘우리가 용납할 수 없는 지점이 있으며 절대로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는 것을 북한에게 분명히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어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저와 바이든 대통령은 한층 강화된 확장억제 조치에 합의했다”며 “날로 고도화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공조와 더불어 한∙미∙일 3자 안보협력도 더욱 가속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정권이 핵 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는 사이 북한 주민들은 최악의 경제난과 심각한 인권 유린 상황에 던져지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 주민의 비참한 인권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북한 주민에게 자유를 전달하는 의무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규범을 어기고 무력을 사용해 일방적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라며 “대한민국은 정당한 이유없이 감행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경험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준다”며 “대한민국은 자유세계와 연대하여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유를 수호하고 이들의 재건을 돕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한민국은 포용, 신뢰, 호혜의 원칙에 따라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마무리 부분에서 한∙미 동맹의 가치를 수차례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어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저와 바이든 대통령은 ‘미래로 전진하는 행동하는 동맹’의 비전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며 “양국은 외교 안보를 너머 인공지능, 퀀텀, 바이오, 오픈랜 등 첨단 분야의 혁신을 함께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양국의 최첨단 반도체 협력 강화는 안정적이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 구축과 경제적 불확실성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며 “양국은 동맹의 성공적 협력의 역사를 새로운 신세계인 우주와 사이버 공간으로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동맹은 정의롭다. 우리의 동맹은 평화의 동맹이다. 우리의 동맹은 번영의 동맹이다. 우리의 동맹은 미래를 향해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과 미국의 앞날에 축복이, 그리고 우리의 위대한 동맹에 축복이 있기를 기원한다”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워싱턴=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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