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43분 영어 美의회연설서 '자유' 46번…우크라·北인권 부각
"공개처형·총살" 北인권개선 관심 촉구…IRA·반도체법 여파 속 한미 '경제호혜' 부각
(워싱턴=연합뉴스) 정아란 이동환 기자 =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한미동맹의 청사진으로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글로벌 동맹'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또 한미가 세계 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해야 한다면서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하겠다"고 역설했다.
'자유' 역대 최다 46번 언급…자유민주주의 연대 강조
윤 대통령은 70주년을 맞이한 한미동맹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꿰는 키워드로 '자유'를 제시했다.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으로 명명된 43분간의 연설에서 '자유'는 46번 등장했다.
분당 한 차례 이상 '자유'를 언급한 것으로, '자유'를 35차례 언급했던 지난해 5월 10일 대통령 취임사를 넘어섰다.
윤 대통령은 한미 동맹이 지난 70년간 함께해온 '자유의 여정'을 돌아본 다음, 이제 세계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글로벌 동맹'으로 발돋움할 때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윤 대통령이 "이제 인류의 자유를 위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해야 할 일을 반드시 할 것"이라고 선언하자, 좌중에서는 큰 박수가 쏟아졌다.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12년 만인 이번 국빈 방미의 테마인 '미래로 전진하는, 행동하는 동맹'을 실천하겠다는 다짐이다.
윤 대통령은 특히 자유민주주의가 세계적으로 '허위 선동', '거짓 정보'로 위협받고 있다며 이에 맞서는 '자유 연대'를 강조했다.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소로 "가짜뉴스" "거짓 선동" 등을 지목했던 지난 4·19 기념사와 궤를 같이하는 발언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연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무력 공격을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로 규정하며 강력하게 규탄했다.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는 통상 서방에서 중국, 러시아의 팽창주의적 지역 전략을 견제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다만 전날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러시아의 행위를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고 밝혔던 것과 달리, 러시아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이날 의회 연설에서는 "자유세계와 연대해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유를 수호하겠다"며 우크라이나 재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北 '인권 유린' 적나라한 소개…美의회에 인권개선 노력 동참 요청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북한의 무력도발을 지목했다.
한국이 "미국과 함께 자유를 위한 동행"을 하는 동안, 북한이 "자유와 번영을 버리고 평화를 외면해 왔다"며 남북한을 대조했다.
북한 무력도발에 맞서 한미가 단호하고 단합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한미일 3자 안보협력 가속화 필요성도 언급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 의지를 밝혔지만, 원론적인 언급에 그쳤다.
윤석열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을 소개하며 "북한은 하루빨리 도발을 멈추고 올바른 길로 나오라. 한미 양국은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함께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보다는 북한 인권 문제를 부각하는 데 연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특히 북한 정권을 비판하면서 북한 주민의 인권유린 상황을 적나라하게 열거했다.
윤석열 정부가 북한 인권 실상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겠다며 첫 공개 발간한 '북한인권보고서'에 등장했던 사례들이다. 한국 TV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로 공개 처형된 경우 등 모두 기본적인 자유가 박탈된 실태다.
윤 대통령은 국제사회, 특히 미 의회가 이러한 북한 주민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위해 힘써줄 것을 촉구했다.
"한미, 경제적 호혜 관계" 부각…삼성전자·현대차 등 '일자리 창출' 강조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한미가 경제적으로도 상호 호혜적인 협력 관계라는 점을 특히 부각했다.
먼저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한국의 초고속 성장이 미국과의 협력에 힘입었다는 점을 언급했다.
1960년대 초반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추진한 산업화가 케네디 행정부가 권고한 로스토우 교수의 경제성장 모델을 받아들인 것이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초기에는 일방적이었던 경제 협력이 이제 상호 호혜적 관계로 발전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윤 대통령은 텍사스주 오스틴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2024년 하반기부터 가동될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현대차 공장, 미시간주 베이시티 SK실트론 CSS 등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차례로 언급했다.
이들 기업이 미국에서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미국 회사를 인수해 성장시켰다고 강조하며 "(한미 간) 모범 협력 사례"로 규정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러한 호혜적 한미 경제협력이 곳곳에서 이어질 수 있도록 의원 여러분들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지원법 등 최근 미 행정부와 의회의 '자국 경제 우선주의'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이 받는 불이익이 현실화하는 상황을 고려한 언급으로 보인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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