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美의회서 44분간 '영어 연설'…"세계 도처 '민주주의 위협', 힘 합쳐 싸워야"
역대 대통령 중 일곱 번째로 미 의회 연설…박근혜 이후 10년만
"대한민국은 한미동맹의 성공 그 자체…양국 함께 미래로"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미 의회를 방문해 영어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미 의회에서 연설한 것은 역대 일곱 번째이며, 2013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 이후 10년 만이다. 영어로 연설한 것은 이승만·노태우·김대중·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다섯 번째다. 김영삼·이명박 전 대통령은 우리말로 연설을 했다.
윤 대통령은 44분간 진행한 연설에서 한미동맹의 역사를 돌아보고,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세계 도처에서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가 진실과 여론을 왜곡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시스템이 거짓 위장 세력에 의해 무너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용감하게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자유 속에 잉태된 나라, 인간은 모두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신념에 의해 세워진 나라. 저는 지금 자유에 대한 확신, 동맹에 대한 신뢰, 새로운 미래를 열고자 하는 결의를 갖고 미국 국민 앞에 서 있다"고 말문을 연 뒤 "미 의회는 234년 동안 자유와 민주주의의 상징이었다. 헌법 정신을 구현하고 있는 바로 이곳에서 의원 여러분과 미국 국민 앞에 연설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세기 동안 미국이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싸운 역사를 언급하면서 "전후 세계 자유무역 질서를 구축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은 세계 곳곳에서 평화와 번영을 일구었다. 하지만 자유시장을 허용하지 않는 공산 전체주의 세력이 참여하지 않는 자유시장의 번영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한국전쟁에서 미국의 도움을 상세히 거론하면서 "3년간의 치열했던 전투가 끝나고 한미 양국은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면서 새로운 동맹의 시대를 열었다"며 "전쟁의 참혹한 상처와 폐허를 극복하고 번영하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미국은 우리와 줄곧 함께했다. 올해로 70주년을 맞이한 한미동맹을 축하해야 할 이유는 너무나 많다"고 했다.
특히 "오늘날 우리의 동맹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며, 함께 번영해 나가고 있다"며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고 번영을 일구어 온 중심축이었다. 현대 세계사에서 '도움을 받는 나라가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발돋움한 유일한 사례인 대한민국은 한미동맹의 성공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관련해선 "세계 도처에서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가 진실과 여론을 왜곡하여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며 "법의 지배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자유가 공존하는 방식이며, 의회민주주의에 의해 뒷받침된다.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로 대표되는 반지성주의는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 아니라 법의 지배마저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 전체주의 세력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부정하면서도 마치 자신들이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인 양 정체를 숨기고 위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우리는 이런 은폐와 위장에 속아서는 안 된다. 피와 땀으로 지켜온 소중한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시스템이 거짓 위장 세력에 의해 무너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용감하게 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국의 미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미래로 나아갈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는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대해선 혹독한 비판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은 "한미 양국의 자유를 향한 동행이 70년간 이어지는 동안에도 이와 정반대의 길을 고집하는 세력이 바로 북한"이라며 "북한은 자유와 번영을 버리고 평화를 외면해 왔다. 북한의 불법적 핵 개발과 미사일 도발은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다. 북한의 무모한 행동을 확실하게 억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미의 단합된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북한 정권이 핵 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는 사이 북한 주민들은 최악의 경제난과 심각한 인권 유린 상황에 던져지고 있다"며 심각한 북한의 인권 침해 사례를 설명한 뒤 "국제사회는 북한 인권의 참상을 널리 알려야 한다. 여기에 계신 의원 여러분들도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인권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함께 힘써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선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가) 국제규범을 어기고 무력을 사용해 일방적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라며 "대한민국은 정당한 이유 없이 감행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러시아의 침공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1950년 북한이 우리를 침공했을 때,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우리를 돕기 위해 달려왔다"며 "우리의 경험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준다. 대한민국은 자유세계와 연대해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유를 수호하고 이들의 재건을 돕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펴 나갈 것"이라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예고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어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저와 바이든 대통령은 '미래로 전진하는 행동하는 동맹'의 비전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며 "양국은 외교 안보를 넘어 인공지능, 퀀텀, 바이오, 오픈랜 등 첨단 분야의 혁신을 함께 이끌어 나갈 것이다. 또한 양국의 최첨단 반도체 협력 강화는 안정적이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 구축과 경제적 불확실성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양국은 동맹의 성공적 협력의 역사를 새로운 신세계인 우주와 사이버 공간으로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며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두 기술 강국의 협력은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자유, 인권, 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로 맺어진 가치동맹이다. 우리의 동맹은 정의롭다. 우리의 동맹은 평화의 동맹이다. 우리의 동맹은 번영의 동맹이다. 우리의 동맹은 미래를 향해 계속 전진할 것"이라며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나갈 세계는 미래 세대들에게도 무한한 기회를 안겨줄 것이다. 여러분께도 새로운 여정에 함께해 주시기를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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