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ACE SUMMIT 릴레이 기고 ②] 평화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2023. 4. 28.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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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신화로 달려가는 현대 문명
‘힘→효정에의 의지’로 전환할 때
神·孝, 孝·神 창조적 융합 노력 통해
새로운 희망의 역사 써갈 수 있어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 문명과 4차 산업의 번영을 찬양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 이면에 도사린 문명의 그늘로 인해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전쟁과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 그리고 무엇보다 인구절벽 현상 등을 겪고 있다. 전 세계인이 마치 문명사적 대전환을 위한 고통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인류문명을 거시적으로 바라보면 가부장-국가사회 이후 문명은 남근-로고스중심주의의 승리였다. 이는 여성모계중심과는 다른 것이었다. 가부장-국가사회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희생을 당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오늘날 사회적 성으로서의 젠더(gender)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혐오와 차별을 극복하고 어떻게 새로운 연대와 협력의 역사를 쓸 것인가 하는 점이다.
조형국 THINK TANK 2022 정책연구원장
특히 인구와 가족의 문제는 남녀의 문제라기보다는 남녀공동의 문제이다. 어떤 미래학자는 인공지능(AI), 기계인간의 출현을 인간의 진화로 보고 이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는 자연주의와 대치되는, 고도의 과학문명주의에 대한 일방적 긍정에 속한다.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여기에 속한다. 그런데 과연 기계인간을 인간 진화의 연장선상에 놓을 수 있을까.

그동안 서양문명과 철학은 ‘힘에의 의지’(니체)로 정점에 도달했다. 그 결과 핵무기로 대변되는 패권 경쟁과 기후위기 등에 직면한 오늘날, 많은 사람이 ‘권력-전쟁’이 아닌 ‘사랑-평화’의 문명의 새질서를 모색하며 동양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여성·가정·평화의 가치가 시대정신으로 부상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정과 효(孝)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가족을 지탱하는 원초적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있는 효사상도 이제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부모-자식 간에 형성되는 효사상이 없이 각종 이데올로기가 난무하고 있다. 과연 효사상이 없이 형성된 각종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오래 지탱될까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효사상과 절연한 이데올로기는 결국 기계를 신으로 모시는 ‘기계신화’로 향할 수밖에 없다. 현대의 물질만능의 문화는 바로 이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문명은 ‘국가와 (전쟁)기계의 연대’라고 말할 수 있다. 인류문명 속에 이미 기계신화는 잠재해 있었다. 현대는 그것이 드러난 ‘신(神) 죽음의 시대’이다. 신의 죽음과 기술의 닦달의 시대에 대항하는 인류의 이데올로기로서 우리는 ‘신의 부활’과 ‘효(孝)의 가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신은 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을 위해서 존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효는 인간의 생물학적 연속성을 신화화한 사상이다.

아무리 신이 위대해도 우리는 부모를 통해서 진정한 신을 만나고, 진정한 사랑을 느낄 수밖에 없다. 부모는 ‘신의 영매(靈媒)’이고 ‘신의 대리자’이다. 부모는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 우주 생성의 연결고리이다. 동양의 효사상과 서양의 기독교신은 이제 만나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신-효, 효-신의 창조적 융합은 미래문명의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 신-효, 효-신의 융합은 추상과 구체의 만남이고, 하늘과 땅의 만남이다. 양자는 서로 교체되고 보완되는 관계에 있다. 효가 없으면 신이 몸을 가지지 못하고, 신이 없으면 효가 자리를 얻지 못한다. 효가 없으면 신이 없고, 신이 없으면 효가 없다. 효와 신의 융합에서 영육(靈肉)이 하나가 되고, 신물(神物)이 하나가 되고, 이상과 현실이 하나가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만약 인류의 미래와 평화를 걱정하는 어머니가 있다면 그 어머니는 분명 이렇게 말할 것이다. 효정(孝情).

지난 세기 대서양문명권시대를 풍미하던 ‘힘에의 의지’는 이제 아시아태평양문명권시대를 맞아 ‘효정에의 의지’로 전향해야 할 때가 되었다. 동양의 효사상과 서양의 기독교 신학의 창조적 융합을 이뤄가는 노력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희망의 역사를 써갈 수 있을 것이다.

조형국 THINK TANK 2022 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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