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의마음치유]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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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학 후로 학교 수업만 간신히 듣고 나머지 시간엔 자기 방에서 나오질 않는 아들 때문에 걱정이라는 어머니가 진료실을 찾아왔다.
정작 와야 할 아들은 오지 않고 어머니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신 온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타인과 어울리는 법을 익히지 못하고 혼자 지내는 데 익숙해진 것도 간과해선 안 될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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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욕은 활동 뒤 따라오는 부산물
만성적인 의욕 저하의 원인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정신과 의사 입장에서는 우울증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게 먼저다. 의욕과 흥미가 사라지는 건 우울증의 주증상이기 때문이다. 불안장애도 무기력을 일으킨다. 불안이 반복되면 겁먹고 안전한 곳에만 있으려고 하는 회피 심리가 생긴다. 오랫동안 불안에 시달리면 “두려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꼼짝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공부하고 노는 것, 심지어 친구 사귀는 것까지 간섭해서 어른이 되어서도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가 없어요”라고 푸념하면서 “내가 기운을 내서 무언가를 시도해 봤자 부모님이 반대할 게 뻔하니까 아예 시작도 안 하는 거예요”라며 힘 빠진 목소리로 고백하는 청년도 있다.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에 자존감과 용기를 잃어버려서 세상에 뛰어들지 못하겠다는 이도 적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타인과 어울리는 법을 익히지 못하고 혼자 지내는 데 익숙해진 것도 간과해선 안 될 원인이다.
질환이나 심리 탓이 아닌 아주 단순한 이유도 있다. 밤새도록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영상을 돌려 보는 일상이 반복되면 기운이 빠질 수밖에 없다. 운동을 게을리하고 체력이 약해진 것도 의욕 저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밤마다 술 마시고 잠드는 생활습관에서 비롯된 피로도 의욕 저하의 주범이다. 신체적 활기를 잃으면 심리적 활기도 사라진다.
목표와 취미의 부재도 원인으로 빼놓을 수 없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걸 찾지 못했어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는 한탄을 입에 달고 사는 이에게 의욕이 생길 리 없다. 시키는 공부만 쫓아서 하다가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경험을 쌓지 못한 채 성인이 되고 보니 무엇을 향해 살아가야 할지 몰라서 털썩 주저앉아 버리고 만 것이다.
심리상담으로 과거가 현재를 발목 잡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고 해서 기운이 저절로 샘솟지 않는다. 항우울제는 우울과 불안을 없애지만 활력을 보태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내면에서 기운이 저절로 올라오기만을 기다리며 꼼짝하지 않으려는 심리 현상을 일컬어 기분 의존성이라고 한다. 기분이 좋아야 의욕이 생기고, 의욕이 생겨야 활동할 수 있다는 믿음을 뒤집어야 한다. 기분이 좋아지는 행동을 해야 기쁨이 일어나고, 가치 있는 활동에 뛰어들어야 삶의 의욕도 샘솟는 법이다. 의욕은 활동 뒤에 따라오는 부산물이다. 무기력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선 안 된다.
김병수 정신건강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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