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이승현을 깨운 ‘돌부처’의 문자 한 통
지난주 KIA전 블론세이브 직후
선배 오승환 ‘장문의 응원 메시지’
“잊을 건 잊고, 기억해야 할 건 기억”
26일 두산전 세이브에 ‘특효약’
프로야구 삼성 좌완 이승현(21·사진)이 새내기 마무리로 힘차게 출발했다. 이승현은 지난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1-0으로 앞선 8회 2사 후 마운드에 올라 1.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팀의 승리를 지켰다.
덕분에 삼성은 최근 4연패의 사슬을 끊어냈다. 이승현도 데뷔 두 번째 세이브를 올렸다. 정식으로 마무리 보직을 맡은 뒤 세이브를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동안 삼성 부동의 마무리는 오승환이었다. 하지만 오승환이 올 시즌 초부터 부진하자 박진만 삼성 감독은 최근 결단을 내렸다. 대체 카드로 데뷔 3년차인 좌완 이승현을 낙점했다.
하지만 이승현은 마무리 보직을 맡은 후 첫 세이브 상황을 지키지 못했다. 지난 21일 광주 KIA전에서 4-2로 앞선 9회말 등판했으나 최형우에게 좌측 담장을 넘기는 끝내기 3점 홈런을 내주며 무릎을 꿇었다.
박진만 감독은 다시 한번 이승현을 믿었다. 이승현은 26일 8회 등판한 오승환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2사 1루에서 김재환을 삼진 아웃 처리한 데 이어 9회 첫 타자 양의지의 좌중간으로 날아가는 공을 중견수 김성윤이 다이빙 캐치해 첫 아웃카운트를 잡고, 호세 로하스는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강승호와 허경민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2사 1·3루에 몰렸지만, 이유찬을 2루수 땅볼로 잡아내 세이브를 챙겼다.
이승현은 경기 후 “마음을 굳게 먹었다”고 말했다. KIA전 세이브 실패 후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던 이승현은 “선배님들이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나도 다시 생각해보니 자꾸 이렇게 위축될 필요가 없더라. 더 좋은 모습을 마운드 위에서 보여주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선배 오승환이 보낸 장문의 문자메시지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승현은 “(오승환 선배가 메시지로) 잊어야 할 경기가 있고 기억해야 할 경기가 있다고 해주셨다”고 전했다.
이승현에게 잊어야 할 경기는 26일 세이브를 올린 두산전이었다. 그는 “오늘(26일) 경기는 상황이 힘들었다고 해도 경기를 이겼기 때문에 자꾸 기억을 하면 (만족하거나 우쭐해져) 다음 경기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그는 실패한 KIA전을 마음속에 새겼다.
처음에는 대선배의 자리를 물려받는다는 부담감도 적지 않았다. 이승현은 “과연 내가 이 자리를 맡아도 될까라는 생각도 했고, 많이 부담됐다”고 돌이켜봤다.
하지만 뒷문지기가 된 만큼 감당해야 한다. 이젠 머리를 비우고 마운드에 오를 참이다.
이승현은 “마운드에서 생각이 많은 편이다. 생각을 안 하려고 노력한다”면서 “이기는 경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프로 3년차 햇병아리 마무리의 힘찬 도전의 여정이 시작됐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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