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호수·강에서 그린수소 생산…IBS, 물에 뜨는 광촉매 플랫폼 개발

박정연 기자 2023. 4. 28. 00: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탄소배출·추가장비 부담 없이 1㎡에서 시간당 수소 4L 생산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원들이 그린수소생산 성능을 갖춘 물에 뜨는 광촉매 플랫폼을 살피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제공

바다, 호수, 강은 물론 페트병 폐기물을 녹인 용액에서도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했다. 그린수소는 재생 에너지를 이용해 생산한 수소로 생성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크게 발생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김대형 나노입자 연구단 부연구단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과 현택환 단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 공동연구팀이 세계 최고 수준의 그린수소생산 성능을 갖춘 물에 뜨는 광(光)촉매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김대형 부연구단장은 “환경 규제가 더욱 엄격해지면서 수소를 더 깨끗하게 생산하는 공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이번에 개발된 플랫폼은 물과 태양빛만으로 수소를 만들 수 있으면서도 추가적인 설비 투자 없이 기존 공장을 활용할 수 있어 경제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수소에너지의 상용화를 위해선 친환경적이면서도 높은 효율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공정과 시설 개발이 필수다. 기존 수소 생산 방식인 천연가스 수증기 개질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온실기체인 이산화탄소(CO2)가 다량 배출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광촉매는 태양광 에너지를 흡수해 물(H2O)에서 수소(H2)를 만든다. 광촉매 기반 수소 생산은 무한한 에너지원인 태양에너지를 직접 사용하고 온실가스 배출이 없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앞서 광촉매 성능 향상을 위한 많은 연구가 이뤄졌지만 아직 상용화에 이르진 못했다. 실제 환경에서 작동하려면 가루 형태의 광촉매를 필름이나 패널 형태로 제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 이를 물속에서 작동시키기 위한 별도의 용기와 물 밖으로 수소를 내보낼 장치 등이 추가로 필요하다. 추가 장비를 들이는 과정에서 수소 생산 경제성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추가 장비가 필요없는 광촉매를 구현하기 위해 연구팀은 '물 위에 뜨는 젤 형태'의 새로운 플랫폼을 고안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부유식 광촉매 플랫폼의 구조. 기초과학연구원(IBS) 제공

연구팀은 광촉매를 크라이오에어로겔 형태로 제작해 촉매 자체의 밀도를 낮췄다. 내부가 기체로 채워져 있는 고체 물질인 크라이오에어로겔은 밀도가 낮다는 특징이 있다. 성능이 우수한 백금(Pt)계 촉매, 값싼 구리(Cu) 기반 촉매 등 모든 광촉매는 크라이오에어로겔 형태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또 이중층으로 구성된 광촉매를 구멍이 송송 뚫린 다공성 구조로 만들어 표면장력을 높였다. 이를 통해 물에 더욱 잘 뜨도록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하이드로젤 플랫폼’은 물 표면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수소가 다시 물로 바뀌는 역반응을 최소화해 생성물 손실이 적다. 또한 촉매가 물에 잠기는 경우 수심에 따라 유입되는 빛의 양이 적어지지만 수면에 떠 있어 빛 산란 없이 태양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간단하게 넓은 면적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연구진은 태양광을 통한 수소 생산 성능도 검증했다. 실험 결과 1제곱미터(㎡) 면적의 하이드로젤 촉매로 시간당 약 4리터(L)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었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이다. 또한 다양한 미생물·부유물이 섞여 있는 열악한 바닷물 환경에서 2주 이상 장시간 구동했을 때도 성능 저하가 거의 없는 것이 확인됐다.

김대형 부연구단장은 “자연의 물뿐만 아니라 페트병 등 생활폐기물을 녹인 용액에서도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며 “우리 연구진이 제시한 플랫폼이 폐기물 처리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현택환 단장은 “활용이 한정적인 육지가 아닌 바다에서의 그린수소 생산 가능성을 확인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 성능을 확보했다”며 “수소뿐 아니라 다양한 유기화합물과 과산화수소(H2O2) 생성에도 적용할 수 있어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광촉매 플랫폼을 개발한 IBS 연구진. 왼쪽부터 현택환 나노입자 연구단 단장, 김대형 나노입자 연구단 부연구단장, 이왕희 나노입자 연구단 연구원, 이찬우 노나입자 연구단 연구원, 차기두 나노입자 연구단 연구원. IBS 제공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