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기르고 텃밭 가꾸는 ‘농촌 유학’ 재미있어요”
아토피 치유 등 특화된 프로그램
만족도 높아…작년보다 3배 늘어
지역 학생들도 “소식 교류 좋아”
“도시 친구들은 끼리끼리 어울리는데, 여기서는 모든 친구와 어울려 놀 수 있어 즐거워요.”
지난 26일 전북 정읍 영원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만난 서울 농촌 유학생 5학년 허모양(12)은 학교생활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허양은 “학교에서 자전거도 타고 동물도 기르고 텃밭도 가꾸는 게 재미있다”고 덧붙였다.
도시 학생들의 농촌 유학이 활성화되면서 해당 지역들이 활기를 띠고 있다. 농촌 유학은 도시 초·중학생들이 원하는 학교에서 1년 동안 살면서 지역 학교생활과 다양한 농촌 체험을 하는 것이다.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이 사업에 참여하는 학생은 지난해 27명에서 올해 84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서울 70명, 경기 8명, 인천 1명, 전남 5명이다. 유형별로는 가족 체류형이 37가구 66명, 학생만 기숙사에서 머무는 유학센터형이 18명이다.
농촌 유학 대상 지역은 지난해 4개 시·군(순창·완주·임실·진안)에서 올해 8개 시·군(고창·김제·장수·정읍 추가)으로 늘어났고, 협력학교도 6개에서 18개로 확대됐다. 전북 농촌 유학은 맞춤형 지도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살리고 지역 자원을 활용해 골프·승마·예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토피 질환 학생들을 위해 맞춤형 식단과 치유 숲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이른바 ‘아토피 학교’로 불리는 진안 조림초는 전교생 45명 가운데 25명이 농촌 유학생이다.
임실에선 치즈테마파크와 연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완주에선 모악산 등반과 야영, 생태수업 등 특화된 교육과정을 선보인다. 그 결과 지난해 농촌 유학 시범운영에 참여한 학생 27명 가운데 25명이 올해까지 연장 신청을 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학부모들도 농촌 학교생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장수 산서초에 유학 온 신모양의 엄마 임모씨는 “학교에 가기 싫어하던 아이가 주말에도 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현재 도내 768개 초·중·고교 가운데 40% 정도인 310개교가 학생 수 60명 미만인 소규모 학교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 학생들의 유학은 기존 농촌학교를 지키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섬진강 유역에서 다양한 생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순창 적성초는 올해 전교생이 10명을 밑돌 뻔했으나 유학생들로 16명까지 늘었고, 휴원 예정이던 병설 유치원도 계속 문을 열 수 있게 됐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많아지니까 무력감이 사라지고 수업 연구를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학교가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역 학생들도 “서울에서 여러 명이 오니 학교 분위기가 달라지고 서울에 대한 것을 알아가는 시간도 재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는 도시 아이들의 1년짜리 추억 쌓기 체험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유학생들과 그 가족들이 머무를 수 있는 거주시설과 의료시설 등 인프라 확충도 과제다.
한성하 도교육청 대변인은 “앞으로 다른 시·도뿐 아니라 전북 지역 내 도시 학교에서 주소를 옮기지 않고 농촌의 작은 학교로 유학할 수 있도록 공동 통학구의 시·군 경계를 푸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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