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10월부터 여성·평신도에 ‘주교회의 투표권’ 부여

김서영 기자 2023. 4. 27.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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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 사항 승인…가톨릭 사상 처음
가톨릭 여성단체 “유리천장 균열”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이 가톨릭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과 평신도에게 주교회의(시노드) 투표권을 부여했다고 2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바티칸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날 주교회의에 관해 이와 같은 변경 사항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주교회의는 전 세계 주교들이 바티칸에 모여 각종 사안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기구다. 주교들은 안건에 대해 투표한 후 결과를 교황에게 제출하고, 교황은 이를 고려해 입장을 정리한다.

그동안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은 남성에 한정됐다. 여성은 주교회의에 감사로는 참여할 수 있었지만 투표는 못했다. 그러나 이날 승인된 방침에 따라 앞으로 수녀 5명이 수도회 대표로 주교회의에 합류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한 주교가 아닌 이들 중에서도 각 지역에서 추천한 70명을 회의 구성원으로 임명하도록 하고 이 가운데 절반은 여성으로 채우라고 지시했다. 이들 역시 투표권을 갖게 될 예정이다. 이 같은 결정은 성직자, 주교, 추기경에게만 맡겨져 있던 교회 업무에서 평신도가 더 큰 역할을 맡도록 하겠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비전을 반영했다. 평신도를 회의에 넣은 것은 청년들을 의사결정에 참여토록 하려는 목적이다.

그간 가톨릭 교회의 남성 중심성을 비판해온 가톨릭 여성단체들은 “2000년 교회사에서 역사적인 조치”라고 환영했다. 여성안수회의의 케이트 맥엘위 전무는 “이는 스테인드글라스 천장의 중대한 균열”이라며 “주교회의장에서 성평등이 성장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투표권을 요구해온 여성단체의 지속적 캠페인이 만든 결과”라고 말했다. 다음 주교회의는 10월4~29일에 열린다. 다음달 말까지 7개 지역별로 주교가 아닌 신도 각 20명을 추천하며, 이 중 프란치스코 교황이 각 10명을 선택해 총 70명을 구성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주교회의에는 일반적으로 약 300명이 참석하므로 투표권자 대부분은 여전히 주교일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수세기 동안 남성이 지배해온 기관의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오는 주교회의에서는 신도들의 참여 확대 방안과 교회에서 여성의 역할 및 LGBTQ 관계와 같은 주요 문제를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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