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SG사태 주가조작 의혹’ 투자자문업체 압수수색

박채영·유희곤 기자 2023. 4. 27.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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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등이 투자자 명의 휴대폰으로 거래…경찰, 사무실서 200여대 확보
다우키움 회장 ‘다우데이타’ 폭락 직전 지분 매각…“미리 알았나” 의혹 연루 의혹
임창정 “엔터 사업에 투자 약속…좋은 재테크로만 믿었다”

주식시장에서 삼천리 등 8개 종목이 연일 급락한 데 대해 미등록 투자자문업체 H사의 주가조작 의혹이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H사를 압수수색했다.

27일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전언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고객이 새로운 투자자를 데려오면 투자금에 따라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를 늘려왔다. 투자한 8개 종목에 대해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저평가된 우량 종목”이라고 투자자들에게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 서울가스(-30.00%), 대선홀딩스(-29.98%), 선광(-29.86%)이 또 한 번 하한가를 기록했다. 지난 24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한가다. 이들 3개 종목 외에 다우데이타, 삼천리, 세방, 다올투자증권, 하림지주 등 5개 종목이 지난 24일 하한가를 기록했고, 이후에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해당 종목들은 지난해 4월부터 1년여간 주가가 크게 상승한 바 있다. 금융위는 H사의 대표 A씨 등 관계자들이 매수자와 매도자가 가격을 정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통정거래’로 일부 종목의 주가를 상승시켰고, 당국이 조사에 착수한 사실을 알고 매물을 내놓으면서 주가 폭락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A씨 등은 투자설명회를 통해 투자자들을 모집했으며, 이들에게 새로운 투자자를 데려오면 1억원당 100만원을 지급하겠다면서 소개를 유도하기도 했다. 1억원에 못 미치는 투자금은 받지 않고 고액 투자자들만 모집했다.

투자는 투자자가 본인 명의로 만든 스마트폰을 H사에 맡기면 A씨 등이 투자자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주식을 매매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실제 전날 H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경찰은 휴대전화 200여대를 확보했다. 투자자들은 매매 방식에 대해서는 “A씨 등이 말을 하지 않아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 금융위, 한국거래소 등은 H사에 대해 통정거래 등 주가조작 여부를 조사 중이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총괄과는 이날 서울 삼성동의 H사 사무실, 관계자 명의로 된 업체와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24일에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관련자 10명을 출국금지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가조작 혐의를) 최근에 인지했다”며 “수법에 대해 내부적으로 몇 가지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다우데이타 주식을 폭락 직전 처분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 20일 시간외 매매로 다우데이타 140만주(3.65%)를 주당 4만3245원에 처분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주가조작이나 시세조종 정황을 미리 알고 다우데이터 주식을 일부 매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다우키움그룹 측은 우연의 일치일 뿐 SG증권발 연속 하한가 사태와 회장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SG사태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가수 겸 배우 임창정씨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SG 관련자들이 저평가된 우량기업에 대한 가치 투자를 통해 재력 있고 신망 있는 유명한 자산가의 주식계좌를 일임받아 재테크 관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며 “그들에게서 엔터 사업의 자금을 투자받기로 별도의 약속을 받았던 터라 이들이 하는 말을 ‘좋은 재테크’로만 믿고, 다른 투자자들이 했다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계좌 개설을 해줬고 (매각한 기획사의) 주식 대금 일부를 이들에게 맡기게 됐다”고 말했다.

박채영·유희곤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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