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봄철 대반격’ 타깃으로 크름반도 급부상
진입로에 여러 겹 참호 설치
대전차 장애물 등 ‘요새화’
양측 대결 상징에 전운 ‘모락’
우크라이나의 ‘봄철 대반격’이 남부지역 러시아 점령지에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러시아가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름(크림)반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군이 공격에 대비해 방어 태세를 갖추는 정황이 최근 위성사진에서 잇따라 포착됐다.
CNN은 러시아군이 최근 크름반도 북부에 위치한 메드베데우카 군사기지를 비운 것으로 보인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남부 헤르손주 경계와 인접한 이 군사기지에는 지난 2월 중순까지만 해도 전차와 장갑차, 대포를 비롯한 군사장비들이 대거 배치돼 있었다. 그런데 최근 유럽연합(EU)의 센티널2가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이런 군사장비들이 대부분 사라졌다는 것이다.
러시아군이 군사장비들을 기지에서 대거 이전한 이유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러시아 정부가 임명한 크름반도 관리들은 우크라이나군이 크름반도에 대한 공격을 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점을 최근 시사한 바 있다.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름반도 행정수반은 지난 11일 크름반도 접근로에 방어시설을 구축하기로 했다면서 “우리는 어떤 시나리오든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CNN은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군사장비의 철수가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대비한 방어 작전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최근 들어 크름반도 진입로에 여러 겹의 참호를 파는 등 ‘요새화 작업’을 방불케 하는 방어선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상업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스’가 최근 공개한 위성사진을 보면, 러시아군은 크름반도 북부 페레코프와 메드베데우카를 동서로 잇는 지역에 전차나 장갑차가 빠질 만한 크기의 참호를 몇겹씩 판 것은 물론, ‘용의 이빨’로 불리는 장애물도 설치했다. ‘용의 이빨’은 철선과 지뢰를 결합한 피라미드 모양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대전차 방어선으로 쓰인다.
러시아가 이곳 수성에 총력을 다하는 것은 크름반도가 전략적으로나 상징적으로나 러시아의 ‘성지’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크름반도의 항구도시 세바스토폴은 러시아의 유일한 부동항이자 흑해함대의 전초기지다. 크름반도는 러시아 본토와 대교로 연결되는 이번 전쟁의 주요 보급선이기도 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곳을 “성지”이자 “러시아의 정신적 통합의 중심”이라고 지칭해 왔다. 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 발발 후 9년 전 빼앗긴 크름을 반드시 탈환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에 크름반도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지역인 셈인데, 이런 전략적 중요성 탓에 크름반도로 전선이 확대될 경우 전쟁이 또 다른 국면으로 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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