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년 절반 “내가 경험한 교육 시스템, 자녀는 안 겪었으면”
우리나라 20대 청년의 50%는 자신이 경험한 교육 시스템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어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부를 잘해야 사회적으로 존중받을 수 있다’는 생각도 다른 나라 청년보다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EBS가 글로벌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해 8월 한국·미국·일본·독일·덴마크 등 5국의 20대 청년 279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27일 공개한 결과다.
조사에 따르면 ‘내가 경험한 교육 시스템을 자녀가 경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한국이 49.6%로 가장 높았다. 2위 일본(39.5%)과 격차가 10%포인트를 넘었다. 독일(31.1%)이나 덴마크(29.3%), 미국(26.5%)과도 차이가 컸다.
‘고등학교까지 하는 공부의 의미’에 대해 한국 청년들은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60.4%로 가장 높았다. 반면 미국에서는 ‘적성과 흥미를 찾고 자기 가능성을 탐색하는 공부’(31.5%)가, 덴마크에선 ‘실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배우는 공부’(31.8%)가 1위로 꼽혔다.
EBS와 공동으로 설문 조사를 수행한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한국 청소년들은 성공 경로를 좋은 대학이나 취업 등 극히 한정적으로 인식해 일부 대학이나 학과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성취가 높든 낮든 학생을 선별하는 시스템으로 기능하는 교육을 자녀에게 물려주기 싫은 고통스러운 경험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육 수준에 대한 기대는 상대적으로 높았다. ‘목표하는 최종 학력’에 대한 질문에 ‘고졸(대학 졸업 의사 없음)’이라는 응답이 한국에서는 21.3%로 가장 낮아, 미국(41.3%)과 독일(40.3%)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공부를 못해도 존중받으며 살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은 42.3%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20~37% 수준인 다른 4국에 비해 상당히 높았다. 연구팀에 따르면 ‘인생에서 실패의 의미’를 묻는 주관식 항목에서 한국 청년들은 ‘대학 진학, 취업 등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답한 경우가 많았다. 반면 덴마크 청년들은 ‘범죄를 저지르는 것’ 등을 언급했다.
한편 한국 청년들은 성공적인 삶을 위한 요인으로 재능(61.8%)이나 부모의 재력(50.0%), 외모(42.9%)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다른 4국은 노력·재능·성격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한국 청년들은 학력과 성취도 목표가 높지만, 정작 ‘성공’은 타고난 것이 결정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이런 사고방식이 자기 능력에 대한 믿음을 떨어뜨리고, 출산을 꺼리게 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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