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우리를 무시하며 약하다고 생각해”...찰스 3세 대관식에 참석할 중국 대표에 뿔난 영국

‘홍콩 민주주의 파괴’ 한정 부주석 예정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달 10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자회의에서 국가 부주석으로 선출된 한정 전 부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다음 달 6일 열리는 찰스 3세 영국 국왕 대관식에 중국 대표로 한정(韓正) 국가 부주석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국이 들끓고 있다. 중국이 영국을 무시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영국이 중국에 홍콩을 반환하기 전에 맺은 협정을 무시하고 중국이 홍콩의 자유로운 체제를 파괴하는데 한 부주석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26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는 한 부주석이 중국 대표로 대관식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이 생각해낼 수 있는 가장 논쟁적인 인물이라고 전했다. 영국 외무부는 이날 한 부주석의 참석이 거의 확실하다며 초청장을 받은 각국 정부가 누구를 보낼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내달 대관식을 앞두고 북한과 러시아 등 극소수 국가를 빼고는 거의 모든 나라에 초청장을 보냈다.

텔레그래프는 중국 측의 의도적인 도발 행위로도 비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 부주석의 대관식 참석 전망 소식이 전해지자 영국 정가에서는 “무례하다” 등 격한 반응이 나왔다. 보수당의 대표를 지낸 이언 덩컨 스미스 의원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우리를 무시하고 약하다고 생각한다”며 “괘씸하다”고 말했다. 역시 보수당 소속인 팀 라튼 의원은 “그의 대관식 참석은 자유를 사랑하는 홍콩 주민들에 대한 모욕”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한 부주석은 2019년 홍콩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자 무력 진압에 나서고 그 뒤 홍콩 국가보안법을 도입한 당사자다. 그는 당시 공산당 홍콩·마카오 공작 영도 소조의 조장으로 중국 정부 내 홍콩 관련 최고 책임자였다. 지난달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에서 국가 부주석으로 선출됐다.

중국 국가 부주석은 각국 정상의 취임식이나 장례식에 특사 자격으로 파견돼 왔다. 전임자인 왕치산(王岐山) 전 부주석은 지난해 엘리자베스2세 장례식,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등에 참석했다.

영국은 중국 정부가 홍콩 주민들의 시위를 탄압하고 국가보안법을 도입할 때 협정 위반이라고 비판하면서 홍콩 주민들에게 특별 비자를 부여했으며 양국 관계는 악화됐다. 영국은 1997년 중국에 홍콩을 반환한 뒤로도 홍콩이 50년간 고도의 자치와 함께 기존 체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중국과 협정을 맺은 바 있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