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선 KTX ‘예매 전쟁’에 지친 주민들 “지역 차별”

고귀한 기자 2023. 4. 27. 22:1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말 수송 인원 경부선의 ‘3분의 1

호남선 고속철도(KTX) 이용객이 급증하면서 ‘예매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영남보다 턱없이 부족한 좌석 탓이다. 영남은 호남에 비해 수송 가능 인원이 주말 기준 3배 이상 많다. 영호남 지역 차별이란 지적이 나온다.

27일 오전 8시30분 광주 송정역. 평일 오전 시간대임에도 역 내부는 인파로 북적였다. 대합실은 2~3개 의자를 제외하면 빈 곳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식당과 편의점 등도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날 KTX 승차권은 하루나 이틀 전 대부분 매진됐다. 현장 매표소는 미처 표를 예약하지 못한 이용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서울에 가기 위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모바일 승차권 예약 애플리케이션으로 예약 대기를 신청한 한 시민은 “열차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답답해했다.

표를 구하지 못해 택시 승차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있었다. 역 앞에는 택시 20여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한 택시기사는 “여기서 택시를 타는 3명 중 1명은 목적지가 고속버스터미널”이라며 “열차표를 못 구해 급히 고속버스라도 타려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호남선 KTX 예매 전쟁은 주말에 더 심각하다. 29일과 30일 서울역과 용산역으로 향하는 KTX 표는 이미 2주 전부터 예약이 다 찼다. 황금연휴 기간인 다음달 5~7일은 물론, 그다음 주말인 13·14일 표도 매진이거나 매진이 임박한 상태다.

개통 이후 이용객 4배 증가했지만 운행 편수는 제자리
광주 왕복 열차 48회…대구 121회, 부산 119회 등 큰 차이
수일 전 매진에 고통…지역 정치권 “증편해야” 한목소리

광주전남연구원에 따르면 광주 송정역 호남선 KTX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지난해 기준 1만1444명으로 집계됐다. 처음 개통됐던 2014년(3327명)보다 4배가량 증가한 규모다. KTX로 출장이나 여행을 가는 사례가 늘어난 데다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거리두기 완화로 이용객이 크게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KTX 운행 편수가 늘지 않으면서 수요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호남 KTX 운행 편성은 영남과 큰 차이를 보인다. 주말의 경우 광주를 지나가는 KTX 노선(왕복 기준)은 48회에 그치지만 대구와 부산은 각각 121회, 119회다. 광주보다 인구가 적은 울산도 주말 일일 운행 편수는 58회로 광주보다 많다.

수송 가능 인원 격차는 더 크다. 광주는 주말에 3만2546명인 데 비해 대구는 10만9775명, 부산은 10만7865명으로 3배 이상 많다. 울산은 5만1922명이다.

호남선에 투입되는 열차는 KTX1(20량)보다 상대적으로 수송 가능 인원이 적은 KTX산천(10량)이 많기 때문이다. 영남에는 KTX1이 전체 90%가량(대구 111회·부산 109회·울산 52회) 배차되지만, 광주는 52%(25회)에 불과하다.

지역 정치권은 영호남 차별이라고 지적한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은 지난 24일 성명을 내고 “KTX는 현재 국가적인 과제로 대두되는 지역소멸과 인구 및 일자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필수적인 사회간접자본(SOC)인데 이런 불편을 방치하는 것은 또 다른 지역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강기정 광주시장도 같은 날 송정역에서 열린 KTX 증편 촉구 결의대회에서 “KTX 운행에 지역적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며 “KTX산천을 정원이 많은 KTX1으로 업그레이드하고 발권이 어려운 금요일·주말 시간대에는 2~3회 증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호남지역에서 충분히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고 보지만 KTX 좌석 부족은 지역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문제”라고 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