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절친과 이별→부활포' 오재일, 어려울 때 더 강해지는 '캡틴'의 품격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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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이가 가니까 홈런이 나오네요."
오재일은 "경기 전에 피렐라가 이제 우리 둘만 살아나면 된다고 계속 얘기해줬다"며 "그래서 피렐라가 홈런 치는 걸 많이 부러웠는데 내가 또 치니까 피렐라가 진심으로 좋아해주더라. 그래서 더 기뻤다"고 말했다.
박한이 코치는 오재일이 타석에 오르기 전 무언가를 주문했는데 오재일은 "기술적인 부분은 얘기 안 하시고 못 쳐도 되니까 편하게 치라고 말씀하셨다. 살짝 포기하신 것 같다"며 "홈런 치니 기뻐하시더라. 특별히 조언은 안 해주셨는데"라고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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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을 맡아 야심차게 나선 새 시즌. 오재일(37·삼성 라이온즈)의 침묵은 길었다. 타율은 0.176 홈런은 단 하나, 득점권 타율은 0.167로 고개를 들기 어려웠다.
설상가상으로 서로 믿고 의지하던 동료 이원석(37)마저 이날 키움 히어로즈로 트레이드됐다. 청천벽력 같았던 소식에 흔들릴법 했지만 오히려 더 힘을 냈다. 오재일이 오랜 만에 대포를 터뜨리며 팀에 소중한 연승행진을 이끌었다.
오재일은 27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홈경기에서 팀이 3-6으로 끌려가던 7회말 역전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팀에 7-6 승리를 안겼다.
이원석과 이별은 너무도 가슴 아픈 일이었다. 2012년부터 두산에서 한솥밥을 먹은 동갑내기 둘은 2016년 팀의 통합우승에 일조하며 행복한 때를 누렸다. 2017년 이원석이 자유계약선수(FA)로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됐지만 오재일도 2021년 삼성으로 이적하며 단짝은 다시 만났다.
다시 찾아온 이별은 예기치 못했기에 더욱 당황스러웠다. "아침에 갑자기 자고 있는데 전화가 와서 간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는 그는 "오늘 최대한 신경을 안 쓰려고 했는데도 마음이 뒤숭숭했다. 그래도 홈런을 치니까 다 잊어 버렸다"고 웃었다.
팀이 가장 필요로 할 때 터진 한 방이었다. 동료들도 "깜짝 놀랐다"고 입을 모은 홈런이었다. 그랜드슬램을 때려 더그아웃이 비치된 대형 목걸이를 4개나 걸고 세리머니를 펼친 오재일은 "무겁더라"고 너스레를 떨며 "그전에 앞에 찬스를 못 살려서 동료들한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고 이번엔 내가 꼭 해결해보자고 생각했다. 좋은 타구가 나와서 동료들한테 미안한 마음을 좀 덜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슬로우 스타터로 잘 알려져 있지만 팀이 부진하고 있었기에 더욱 부담감이 컸다. 오재일은 "나도 왜 그런지 알고 싶다. 운동도 많이 해보고 다 해봤는데 잘 모르겠다"며 "페이스가 빨리 올라와야 되는데 계속 그 자리여서 나도 좀 걱정을 했다"고 전했다.
부진 탈출의 물꼬를 텄다. 특히나 함께 부진에 빠져 있던 호세 피렐라와 함께 동반 홈런포를 날리며 승리를 챙겨오게 돼 더욱 의미가 깊다. 경기 전 특별한 대화도 나눴던 둘이다.
오재일은 "경기 전에 피렐라가 이제 우리 둘만 살아나면 된다고 계속 얘기해줬다"며 "그래서 피렐라가 홈런 치는 걸 많이 부러웠는데 내가 또 치니까 피렐라가 진심으로 좋아해주더라. 그래서 더 기뻤다"고 말했다.
정상급 선수이기에 코칭스태프도 특별히 그의 스윙에 손을 대진 않았다. 박한이 코치는 오재일이 타석에 오르기 전 무언가를 주문했는데 오재일은 "기술적인 부분은 얘기 안 하시고 못 쳐도 되니까 편하게 치라고 말씀하셨다. 살짝 포기하신 것 같다"며 "홈런 치니 기뻐하시더라. 특별히 조언은 안 해주셨는데"라고 미소지었다.
박진만 감독도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오재일이 결정적인 역전 홈런을 쳐줬다. 피렐라도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팀 타선이 좋은 흐름을 타고 있는 것 같아 고무적"이라고 칭찬했다.
안 좋은 상황 속에서 더욱 힘을 냈고 팀에 2연승을 이끌었다. 중심 타선인 피렐라와 함께 쏘아올린 반등의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남달랐던 대포였다.
대구=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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