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서 망했었다"는 오디컴퍼니 대표, 절치부심 美 무대 삼세번 도전
[텐아시아=강민경 기자]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 이사 겸 프로듀서가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한다. 내년 가을 '위대한 개츠비'로 브로드웨이 입성을 노리는 그는 단단한 모습으로 포부를 밝혔다.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스튜디오159에서 뮤지컬 제작사 오디컴퍼니 비전 및 글로벌 신작 발표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신춘수 대표 이사 겸 프로듀서가 참석했다. 2011년 설립한 오디컴퍼니는 뮤지컬 '어쌔신', '나인', '컨택트', '타이타닉', '드림걸즈', '닥터 지바고', '지킬앤하이드', '맨오브라만차', '스위니토드', '드라큘라', '데스노트' 등을 프로덕션했다.
이날 신 대표는 "지금까지 한국 뮤지컬 발전의 중심에는 오디컴퍼니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2001년부터 2011년은 한국 뮤지컬 태동의 시기에 정말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행보를 보였다. 다양성과 실험적인 작품을 만든 시기였고, 개인적으로 제일 행복했다"라고 덧붙였다.
신 대표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뮤지컬 시장을 선도할 오디컴퍼니다. 뮤지컬은 OTT를 통해 전 세계에서 사랑받을 수 없다. 한 극장에서 예술성을 인정받아야 전 세계로 나갈 수 있다. 그 플랫폼이 미국의 브로드웨이와 영국의 웨스트엔드"라고 말했다.
'진정한 글로벌'에 대해 신 대표는 "본고장인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작품의 확장성, 콘텐츠 사업으로서 가치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오픈 더 도어'라는 사명을 가진 오디컴퍼니는 '위대한 개츠비'를 시작으로 '일 테노래', '캡틴 니모', '피렌체의 빛', '어거스트 러쉬', '워더링 하이츠'를 5년 동안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본격적으로 프로덕션을 시작한 건 '위대한 개츠비'와 '일 테노래'다.
'위대한 개츠비'는 1925년 미국 F. 스콧 피츠제럴드 작가가 발표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1920년대 재즈 장르와 현대적인 팝 음악을 매시 업한 작품으로 데이지 뷰캐넌을 향한 열망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 신비로운 백만장자 제이 개츠비의 이야기를 담는다. 신춘수 프로듀서의 목표는 2024년 브로드웨이 입성이다.
신 대표는 "우리는 최고도 아니고, 최고의 팀이 모여서 뮤지컬을 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최고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재능을 가진 팀이라고 생각한다. 최고는 모두가 인정하는 사람이지 않나"라고 했다. '위대한 개츠비' 크리에이티브 팀은 다 브로드웨이에서 데뷔했지만,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서 존재를 증명할 것이고, 이 작품을 통해 최고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몰두해서 작업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작품을 할 때 중요한 건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 손을 거친 유일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희는 매일 매일 고민하고 이 작품에 몰두했다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위대한 개츠비'가 브로드웨이에서 오랫동안 사랑받는 IP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잘 준비하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신 대표가 '위대한 개츠비'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꿈과 목표를 향한 인간의 이야기다. 제가 이런 서사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래서 이런 작품을 선택하고 만들 수 있었다. 서사의 보편성과 예술성을 확보해야 전 세계에서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사실 신 대표는 '드림 걸즈', '홀러 이프 야 히어 미(HOLLER IF YA HEAR ME)', '닥터 지바고'까지 세 번의 브로드웨이 실패를 경험했다. 그는 "브로드웨이 가서 망했다. '닥터 지바고'는 오프닝하고 2주 후에 내렸다. 제가 내리자고 했다. 두 번의 실패는 뼈아팠다. '닥터 지바고'는 티켓이 많이 팔렸지만, 작품이 올라가고 난 뒤 내렸다. 뉴욕 타임즈에서 난타를 맞았다. 내려야겠다 싶어서 제가 공연을 내리자고 강력하게 이야기했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못 만들어서 내린 거다. 브로드웨이 입성까지 힘든 이유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극장주가 매출의 (일부)%를 가져간다. 성공적인 작품을 올리는 게 기본이다. 수많은 작품이 올라가서 훌륭한 IP가 만들어지는 게 어려운 일이다. 쉬운 일이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가 브로드웨이에 입성하는 게 험난하다는 걸 예상할 수 있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런데도 신 대표는 '삼 세 번'이라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경험을 통해 충족시키지 못한 게 있었다. 저는 한국적인 마인드로 했었다. 다 같이 어떻게든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 경험적인 측면이 부족했다. 지금은 트라이업 공연하면서 충실한 과정을 갖고 있다"면서 "지금은 냉정한 판단도 하고 이 작품을 발전시키고,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작품이 흥행할 때 자신감으로만 되는 건 아니다. 모든 호흡과 팀워크를 비롯해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발전 속도를 봤을 때 굉장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면서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많은 제작비가 들어가는 만큼 티켓값 상승도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해 신 대표는 "많은 작품이 만들어지면서 제작비의 거품이 생겼다. 어떤 프로듀서도 가격 올리는 걸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관객에게 접근성을 떨어트릴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 않나"라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제가 한국뮤지컬협회 회장으로서 개선하고 싶지만, 현재로서 제작비 상승에 대한 부분은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진중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불안정한 상태에서 작품이 제작되는 건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과 고민하겠다"라고 전했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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