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전 일시정지’ 단속 일주일째 혼란···“도대체 뭐가 위반인가요”
27일 오후 2시20분,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사거리로 달려오던 흰색 벤츠 차량이 언주로를 따라 우회전하자 호루라기 소리가 ‘삑삑’ 울렸다.
“선생님, 교차로 통행방법 위반하셨습니다. 신분증 확인하겠습니다.”
강남경찰서 소속 박상도 경장이 단속하자 운전석에 앉은 이모씨(40)가 짜증 섞인 표정으로 창문을 내렸다. “대체 뭐가 위반이라는 거예요? 하, 진짜 바빠 죽겠는데….”
‘우회전 일시정지’ 본격 단속이 시작된 지 6일째인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도산공원 사거리 단속 현장에서만 총 23건의 차량이 경찰 단속망에 걸렸다. 계도 조치를 받은 차량도 50건 이상이었다. 운전자들은 “(제도가) 바뀐 걸 전혀 몰랐다” “알긴 했는데 습관이 안 들었다” 등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단속에 나선 경찰도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휴대용 단말기에 운전자 인적사항을 입력하던 박 경장은 “바뀐 제도를 모르는 운전자가 너무 많다”면서 “당분간은 단속을 너무 엄격히 하기보다는 계도 위주로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지난 21일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계도기간이 종료되면서 교차로의 우회전 차량은 직진 방향 신호가 빨간불이면 무조건 ‘일시멈춤’을 해야 한다. 보행자가 있든 없든 횡단보도 앞에서 속도계를 ‘0㎞’로 떨어트렸다 가는 게 핵심이다.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헷갈릴 때가 많아 ‘우회전 신호등’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우회전 신호등을 모든 교차로에 설치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뿐더러 오히려 교통체계에 더 큰 혼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김영찬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신호등 추가 설치는 규제의 수준을 더 높인다는 의미”라며 “이왕이면 우회전 신호등 없이 적응하는 게 낫다”고 했다.
우회전 일시정지에 따른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횡단보도의 형태를 일부 바꾸자는 제안도 나온다. 정영제 서울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ㅁ’자 모양으로 설치된 교차로의 횡단보도 4개를 지금보다 바깥 방향으로 각각 10m가량 떨어트리거나 대각선 횡단보도를 설치하면 정체 현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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