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요건 모두 갖춰야 낙찰받거나 공공임대로 거주 가능

류인하·심윤지 기자 2023. 4. 2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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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년 한시 특별법 발표
경·공매 막는 임대인 세금체납액
개별 주택에 분산시켜 분리 환수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람은 현재 거주하고 있는 피해 주택에 대한 우선매수권이 부여된다. 낙찰받기를 원치 않지만 현재 사는 곳에서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전세사기 피해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우선매수권을 넘긴 뒤 공공임대로 저렴하게 장기간 거주할 수 있다. 이때 공공임대 보증금은 피해 임차인이 내야 한다.

‘나쁜 임대인’의 세금 체납액이 주택 감정평가액보다 많아 경·공매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 임대인의 전체 세금 체납액을 임대인 소유 개별 주택별로 나누는 ‘조세채권 안분’도 시행된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조세채권이 개별 주택에 분산되면 체납세액 때문에 경·공매가 막혀 있던 피해 임차인들의 경매도 일시에 진행될 수 있다.

단, 이 같은 지원은 정부가 정한 ‘전세사기 피해자’ 요건에 모두 해당해야만 받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27일 정부서울청사 본관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의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지원방안이 담길 특별법은 2년간 적용되는 한시법으로, 정부는 이날 관련 법안을 국회에 발의한다. 정부의 피해지원 방식은 ‘매수 희망자’와 ‘거주 희망자’로 나눠 두 경로로 진행된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임차주택이 경·공매로 넘어갈 경우 낙찰을 지원하거나, 공공매입을 하는 두 가지 방식으로 추진하는 게 골자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사망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경·공매 즉시 중단 및 유예를 지시한 바 있다.

■ 피해 임차인 경매 ‘낙찰’ 지원

정부는 우선 금융당국의 요청과 금융권의 자율적 협조로 현재 유예·정지 중인 경·공매 절차를 피해 임차인의 경매 의사에 따라 피해 임차인이 직접 경매 유예·정지 신청이 가능하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피해자가 경매 낙찰 원하지 않으면 LH에 우선매수권 양도할 수 있다

또 피해 임차인이 거주 중인 주택이 경·공매로 넘어갔을 경우 피해 임차인에게 우선매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때 낙찰가는 최고가 낙찰액과 같은 가격만 가능하다. 다만 임차인이 희망할 경우 LH에 우선매수권을 양도할 수 있다.

지난해 숨진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왕’ 김모씨의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경우 김씨 앞으로 남은 세금 체납액이 해당 건물의 감정평가액을 훨씬 넘어서면서 피해자들이 낙찰을 받고 싶어도 경매가 진행되지 못했다.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도 특별법에 담기로 했다. 임대인의 총 세금 체납액을 임대인 소유의 개별 주택에 ‘n분의 1’로 나눠 배분함으로써 경매 진행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이 경우 조세당국은 주택 경매 시 해당 주택의 세금 체납액만 분리해 환수가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세금 100억원을 체납한 임대인 소유 주택이 1000채일 경우 각 주택별로 1000만원씩 조세채권을 배분해 경매된 주택별로 낙찰 시 1000만원만 징수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피해 임차인이 경·공매를 통해 해당 주택을 낙찰받을 경우 금융·세제지원도 한다. 구입자금 마련을 위해 디딤돌대출을 받을 경우 최우대 요건인 신혼부부와 동일한 기준(한도 4억원·금리 1.85~2.7%·만기 30년)을 적용하고, 거치기간도 3년까지 연장한다. 단 이때 소득기준은 7000만원 미만이어야 한다.

소득기준이 없는 특례보금자리론은 최대 5억원까지 대출 가능하며, 금리는 3.65~3.95%가 적용된다. 거치기간은 최대 3년, 50년 만기다. 민간금융사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규제도 1년간 한시적으로 완화된다.

정부는 기존 임차주택 낙찰 시 200만원 한도 내에서 취득세를 면제하고, 등록면허세도 면제하기로 했다. 또 전용 60㎡ 이하 주택일 경우 최대 50%까지 3년간 지방세를 감면한다. 60㎡를 초과하는 경우 25%까지 감면한다.

■ ‘우선매수권’ LH 이양 방안도

피해 임차인이 낙찰받기를 원하지 않을 경우 LH가 임차인으로부터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해당 주택을 경·공매로 매입한 후 공공임대로 공급한다. 정부는 올해 책정된 매입임대사업 예산 6조1000억원을 활용해 이 비용을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소득·자산 요건에 대한 별도 기준 없이 매입임대 입주자격을 받을 수 있다. 임대료 역시 기존 매입임대 거주자와 동일한 공급조건을 적용받는다. 거주기간도 최대 20년까지 가능하다. 단 이때 공공임대주택 보증금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만약 낙찰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거나 주택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등 LH가 현 임차주택을 매입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인근지역 유사 공공임대주택에 우선 입주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1인 가구 기준 소득 월 156만원, 재산 3억1000만원, 금융재산 600만원 이하 피해 임차인의 경우 월 62만원의 생계비와 의료비, 주거비 등이 지원된다. 3%대 저금리 신용대출도 최대 1200만원까지 지원한다.

■ 경매 완료 피해자도 지원 가능

정부는 ‘전세사기’가 사회적 관심사가 되기 전 이미 피해를 입고 해당 집이 경·공매로 넘어간 임차인에 대해서도 피해자로 인정해 경·공매 특례 외 혜택을 적용하기로 했다.

특별법 시행 직전 2년 내 경·공매가 종료되고, 경·공매 완료시점에 특별법상 피해자 인정요건을 모두 충족한 임차인은 증빙자료 등을 제출하면 공공임대주택 우선입주기회, 다른 주택 구입 시 금융지원, 긴급복지 및 신용대출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날 특별법을 즉시 발의하고, 특별법 시행 1개월 내에 세부적인 하위법령을 제정할 예정이다. 국회는 내달 1일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를 열어 정부발의 법안을 비롯한 관련 법안을 병합심사 후 2일 국토위 전체회의를 열어 의결하기로 했다.

류인하·심윤지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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