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지원 후 요건 안 될 때 돌려받는 방법도…다른 사기 피해와 형평성 우려”
부동산 전문가들은 27일 발표한 정부의 ‘범부처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 지원방안’에 대해 “당장 피해자들의 주거 불안정이 해소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대책을 실제 적용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주택가격 하락기마다 반복되는 ‘단순 보증금 미반환’과 ‘전세사기’를 구분하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일부에서 언급되어 온) 전세보증금에 대한 공공의 직접적 지원보전이나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급 등과 같은 파격 혜택은 없었다”며 “주택경기 위축과 공급과잉 이슈로 이전 계약보다 보증금이 낮아진 역전세 사례나 집주인의 전세사기 및 기망 의도를 찾기 어려운 경우는 혜택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대책은 재발방지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지만 그렇더라도 민간시장에서의 사기를 완벽히 차단하기 어렵다”면서 “현재로서는 정부 발표를 적극 시행하는 한편 실행과정에서 제기되는 추가 문제를 보완·수정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야당과 피해자단체를 중심으로 요구해 온 ‘선 지원, 후 구상’에 대해서도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피해자 수나 피해 규모를 봤을 때 ‘사회적 재난’으로 볼 수 있지만 당장은 다른 사기범죄 피해자들과의 형평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현재의 법 체계 안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방안”이라며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보증금을 국가가 지원해주고 가해자에게 청구하는 방식이) 한 번 가능해지면 채권자와 채무자, 임대인과 임차인 등 다양한 경제주체로부터 수많은 요구가 터져나올 수밖에 없고, 정부가 그 모든 것을 감당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심형석 미국 IAU 부동산학과 교수(우대빵연구소 소장)는 “조직적 사기범죄도 있을 수 있지만 단순히 임대인이 불가피한 사정으로 반환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도 많이 있다”며 “모든 것을 법으로 만들어 지원하려 하기보다는 개인이 반환보증보험을 가입하게 하고, 보증이 없는 물건은 시장에서 퇴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세사기와 단순 보증금 미반환 사례를 구분하다 자칫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절차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 기준을 6가지로 정하고, 해당 기준에 모두 포함돼야 특례지원을 한다는 방침이다.
지규현 한양사이버대 디지털건축도시공학 교수는 “지원 대상을 일일이 선별하려다 보면 시기를 놓칠 수 있다”며 “당장 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포괄적이고 선제적으로 하되, 사후에 요건이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면 환급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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