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메의 문단속' 감독 "불완전한 작품 봐준 한국 관객 감사"

오보람 2023. 4. 27.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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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 지난달 이어 다시 내한…"동일본대지진 영화화 '나의 일'이라 생각"
"日애니메이션 흥행, 10∼15년 노력한 결실"
한국 취재진과 만난 신카이 마코토 감독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27일 서울 용산구 노보텔앰배서더 호텔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4.27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봉준호 감독 같은 사람의 작품에 비하면 '스즈메의 문단속'은 불완전한 영화입니다. 그런데도 그 속에서 메시지를 발견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여 준 한국 관객분들이 매우 다정하게 느껴지네요."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을 연출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최근 몇 년간 한국 관객이 가장 사랑하는 영화인 중 하나다.

'초속 5센티미터'(2007), '언어의 정원'(2013)으로 점차 존재감을 각인하더니 '너의 이름은.'(2016)으로는 380만여 명의 관객을 모아 당시 국내 개봉 일본 영화 중 최다 흥행 기록을 썼다.

지난 달 극장에 걸린 '스즈메의 문단속'은 지금까지 누적 관객 수 497만 명을 넘겨 5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또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내준 흥행 1위 일본 영화 타이틀을 40일 만에 탈환했다.

신카이 감독은 한국 관객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3월에 이어 다시 서울을 찾았다.

그는 27일 서울 용산구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스즈메의 문단속'에는 반성할 점이 많이 있다. 다음 작품에서는 그런 부분을 개선하려 한다"며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 "('스즈메의 문단속' 흥행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 덕분이라는 생각도 든다"며 웃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인 이 영화를 많이들 재밌게 봐준 이후다 보니, 그다음 볼 영화로 '스즈메의 문단속'을 선택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재해로 인해 상처 입은 소녀가 회복하는 이야기가 한국 젊은이들에게 감동을 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아직 모르겠어요."

'스즈메의 문단속'은 여고생 스즈메가 의자로 변해버린 청년 소타와 함께 지진을 부르는 문을 닫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그렸다. 일본 국민에게 고통의 기억으로 남아 있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소재로 치유와 재생의 메시지를 던진다.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중 한 장면 [미디어캐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신카이 감독은 동일본대지진을 이야기하는 게 자기 일, 일종의 사명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인간은 애니메이션이나 영화가 존재하지도 않았을 때부터 자신들에게 일어난 일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이야기로 만들어 다음 세대에 전달했습니다. 저도 '스즈메의 문단속'을 마치 옛날이야기나 신화 같은 감각으로 만들어내길 바랐어요."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지 12년이 지나 작품을 만들기에 적기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그는 "실제로 일어난 재해를 이야기로 만들어서 영화화하려면 이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다"며 "재난을 겪은 지 4∼5년가량 지난 때라면 아픔이 너무 생생해 영화로 만들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아파할 사람들에게 또다시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수없는 고민을 거쳤다.

이것만큼은 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한 것이 바로 지진의 직접적인 묘사다.

"쓰나미가 마을을 덮치는 순간처럼, 대지진 자체에 대해서는 직접 그리지 않겠다고 처음부터 정해뒀어요. 또 죽은 사람을 (산 사람이) 재회하는 스토리는 절대 만들지 않겠다고도 결심했습니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이야기니까요."

대신 그는 세심한 손길로 재난에서 살아남은 이들을 위한 위로를 영화 곳곳에 그려냈다.

예컨대 스즈메의 발길이 닿은 지방들은 과거 실제로 호우 재해나 지진 피해가 발생했던 곳이다.

규슈에 사는 스즈메가 문을 닫기 위해 일본 전역을 찾아다닌다는 설정도 메시지가 녹아 있다.

"동일본대지진은 일본의 동쪽에서 일어났지만 일본 전체와 사회까지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진 이후엔 아주 많은 사람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주하기도 했죠. 그래서 스즈메가 일본의 거의 끝이라고 할 수 있는 규슈에서 지진이 일어난 도호쿠 지방까지 쭉 가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어요."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중 한 장면 [미디어캐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신카이 감독은 일본 애니메이션이 현재 전성기를 맞았다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일본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예전보다 훨씬 널리 퍼지고 있는 성장의 시기"라고 강조했다.

"만화잡지인 주간 소년점프를 만드는 출판사 슈에이샤가 있고, 이 잡지에 나오는 만화를 원작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회사가 있습니다. 또 이를 전 세계에 제공하는 배급사들도 있지요. 10년, 15년을 계속해서 노력해온 겁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해외로 널리 알리려는 이런 노력이 지금에서야 결실을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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