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정치적 견해 표현에 대한 보복” 디샌티스에 소송
미국 사회에서 확산하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 논쟁이 세계 최대 규모 테마파크인 ‘디즈니월드’와 플로리다주의 소송전으로 옮겨붙었다. 성 소수자 권리를 지지하는 대표적인 미디어 그룹 디즈니와, 진보 진영의 PC주의를 바로잡는 것을 내년 대선의 주요 어젠다로 삼은 공화당 사이에 벌어진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26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의 주요 외신들은 디즈니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주 산하 특별지구 감독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소송은 디즈니의 ‘리디 크리크(Reedy Creek) 개선 지구’ 운영을 두고 공화당 대선 주자인 디샌티스 주지사와 대립한 것이 불씨가 됐다. 리디 크리크 지구는 플로리다 올랜도 디즈니월드 리조트 일대에 설정된 일종의 자치지구로, 1967년 플로리다 의회가 지정했다. 이를 근거로 디즈니는 해당 지역에서 과세권과 개발권 등을 행사해 왔다. 예컨대 방문객들을 상대로 일종의 세금을 징수하는 대신 쓰레기 수거와 상하수도, 전력 서비스 등을 디즈니가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식이다. 1971년 개장한 올랜도 디즈니월드는 4개 테마파크와 20여 개 대형 숙박 시설을 운영하며 7만50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지난해 4월 디샌티스는 리디 크리크 지구의 권한을 박탈한다며, 해당 지구 감독위원회 임명 권한을 주지사에게 부여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에 디즈니는 새로운 감독위원회가 출범하기 전에 전임 감독위원들과 협약을 체결해 향후 디즈니 동의 없이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없도록 했다. 디샌티스가 서명한 법안을 사실상 무력화한 것이다. 이에 디샌티스는 “플로리다의 입법 제도를 약화하고 주민들의 뜻을 무시하고 있다”며 격분했다. 디즈니월드를 주립공원화하거나 테마파크 내 유휴 부지에 교도소를 건립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디샌티스는 감독위원들을 자신의 측근들로 교체했고, 새 감독위는 “전임자들과 체결한 합의는 무효”라고 선언했다. 이후 디즈니월드에 대한 자치권 박탈 조치까지 만장일치로 통과되자, 벼랑 끝에 몰린 디즈니가 소송에 나선 것이다.
디즈니는 “플로리다주가 디즈니의 자치권을 박탈한 조치는 무효”라며 “정치적 견해를 표명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정부 권력을 무기화하는 행태에 맞서 소를 제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정치적 견해 표명에 대한 권력의 보복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3월 플로리다주 의회는 5~9세에 학교가 동성애 등 성 정체성에 대해 교육하는 걸 금지하는 ‘부모 교육 권리법’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반대자들 사이에서 ‘게이라고 말하지 말라(Don’t say gay)’법이라고 불리며 반발 여론에 직면했다. 논란의 여파는 플로리다주의 최대 고용주인 디즈니에까지 미쳤다. 평소 다양성 정책을 표방하던 디즈니가 나서서 반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디즈니 안팎에서 쏟아졌고, 침묵을 지키던 밥 체이펙 당시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해당 법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디샌티스는 “디즈니가 ‘워크(woke)’에 빠졌다”며 공격 수위를 높여왔다. woke는 ‘깨어있는’이라는 뜻으로, 원래 ‘인종·성별 등 사회적 불평등 문제에 깨어 있다’는 의미로 널리 쓰였으나, 최근에는 정치적 올바름을 강요하는 사람들을 경멸하는 의미로 주로 사용된다. WP는 “이제 디샌티스와 디즈니 간의 싸움은 너무도 신랄하게 격화돼 내년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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