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악 성적표’에도… 미래 위한 투자는 계속된다

정재영 2023. 4. 27.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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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반도체 4조6000억 적자
D램·파운드리 수요 위축 영향
1분기 영업이익 6402억 그쳐
R&D·시설 투자는 사상 최대
“하반기 감산 효과… 실적 개선”
LG전자는 영업익 1조5000억
가전 앞세워 ‘어닝 서프라이즈’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에 반도체 부문에서 4조580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늘면서 가격이 크게 하락해 실적을 끌어내렸고, D램의 경우도 고객사 재고가 높아 실적이 부진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도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가 위축됐고 고객사 재고 증가로 주문이 줄면서 실적 하락을 불렀다.

삼성전자는 역대 최악의 적자에도 1분기에 역대 최대 연구개발(R&D) 및 최대 시설투자에 나섰다. 아울러 삼성전자까지 메모리 업계 감산에 동참한 만큼 하반기부터 감산 효과가 본격화하면서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 주변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 14년 만의 최저 이익에도 역대 최대 R&D 투자
삼성전자는 27일 1분기 영업이익이 6402억원으로 14년 만에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는 실적을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미래 성장 준비를 위해 분기 사상 최대의 R&D 투자(6조5800억원)와 1분기 기준 최대 시설투자(10조7000억원)를 단행했다고 강조했다. 1분기 실적 악화가 2분기에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에도 역대급 투자를 감행한 것이다. R&D 투자는 1분기 영업이익의 10배가 넘는다. 영업이익이 지난해 4분기(4조3100억원)에 비해 대폭 급감했음에도 R&D 투자는 4분기(6조4700억원)보다 늘렸다.
삼성전자는 연간 영업이익(43조3800억원)이 역대 4번째였던 2022년에도 최대 규모인 24조9000억원의 R&D 투자를 단행했다. 실적 등락과 상관없이 매년 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시설투자도 전년 동기(7조9000억원) 대비 36% 증가한 10조7000억원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1분기 기준으로 최대 금액이다.

삼성전자가 감산을 공식화하면서 2분기부터 실적이 소폭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며 “2분기부터 재고 수준이 감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며 감소 폭이 하반기에는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래 경쟁력을 위해 지금부터 선제적으로 투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전년과 유사한 수준의 캐펙스(설비투자)는 유지하며 R&D 비중은 지속해 확대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1분기 적자를 메워준 신규 스마트폰 효과가 2분기부터 줄어들 수 있고, 경기침체 등의 위험요소가 아직 남아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서울 여의대로 LG트윈 타워 모습. 연합뉴스
◆LG전자 1분기 영업익 1조5000억원…가전 첫 1조 넘어

반도체가 주력인 삼성전자와 달리 가전을 앞세운 LG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올해 1분기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내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생활가전 사업이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넘겼고, 미래 먹거리인 전장 사업도 최대 실적을 냈다.

LG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조497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2.9%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20조415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6% 감소했고, 순이익은 5465억원으로 61% 줄었다. 역대 1분기 실적 가운데 매출액은 두 번째, 영업이익은 세 번째로 높다.

LG전자는 2009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처음으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6402억원)을 추월했다. 양사의 TV·가전 사업만 놓고 보면 LG전자의 영업이익이 삼성전자의 6배가 넘는다. LG전자는 전사적 노력을 통해 사업 구조 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며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에도 역대급 실적을 냈다고 설명했다.

사업본부별로 보면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가 1분기 매출 8조217억원, 영업이익 1조188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1분기 기준 최대치다. 분기 1조원을 넘긴 것은 단일 사업본부 기준으로 사상 처음이다. 전장 사업은 매출액 2조3865억원, 영업이익 54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1분기 실적 가운데 최대치를 달성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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