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사상 첫 여성에 투표권… 교회 유리 천장 깼다
300명 참석자 중 13%를 여성으로
수도회 대표 10명 중 5명은 수녀로
가톨릭교회의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Synod)가 사상 처음으로 여성(수녀)에게 투표권을 주기로 했다. 가톨릭교회 내에서 여성의 입지를 넓히는 데 큰 관심을 기울여 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또 한 번 교회 내의 ‘스테인드글라스 천장(유리 천장)’을 깼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황청은 26일(현지 시각) “오는 10월 4일부터 29일까지 로마에서 열리는 제16차 시노드 본회의 첫 회기에서 여성에게도 일부 투표권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황청이 이날 공개한 새 시노드 규정에 따르면, 총 300여 참석자 중 약 40명(13%)이 여성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우선 수도회 대표로 나오는 10명 중 5명이 수녀로 바뀐다. 기존에는 10명 모두 남성 성직자 혹은 수도자였다. 또 주교가 아닌 사제와 수녀, 부제 등으로 구성되는 70명의 신도에게 추가로 투표권을 부여하고, 이 중 절반을 여성에게 배당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교회 내 회의에 직접 참여할 길이 열렸다. 지금까지 여성은 시노드 참관만 허용됐다. 시노드는 ‘모임’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로, 가톨릭교회가 교리와 규율, 전례 등 각종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는 회의를 말한다. 5300여 명에 달하는 전 세계 주교 중 일부가 대표 자격으로 참석하며, 회의에서 채택된 내용은 교황에게 건의안 형식으로 제출된다. 의사 결정 기구가 아닌 자문 기구지만, 교회의 미래와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 세계 주교들이 모두 모여 중대 사안을 결정하는 기구로는 공의회(콘칠리움·Concilium)가 있다.
뉴욕타임스는 “올해 열리는 시노드에서는 교회에서 여성의 역할과 성소수자 문제 등이 논의될 전망”이라고 했다. 가톨릭 여성 단체들은 환영 성명을 냈다. ‘여성 사제 서품을 위한 세계 운동(WOW)’은 “2000년 교회 역사상 놀라운 발전”이라며 “우리 단체의 줄기찬 투표권 요구에 교황이 응답했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후 교황청 내 여러 고위직을 여성에게 개방해 왔다. 또 지난해 여성이 교황청 행정 조직을 이끌 수 있도록 하는 교회 헌법 개정을 했고, 전 세계 주교 선출 업무를 보좌하는 교황청 주교부 위원직에 여성 3명을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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