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북한과 담배
비흡연자에게 중국은 지옥이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도 모자라 유모차에 있는 아기에게 “귀엽다”며 담배 연기를 내뿜어 경악했다는 한국 엄마들 사연이 요즘도 맘카페에 올라온다. 중국의 축소판이 북한이다. 식당, 상점, 호텔 등 실내 흡연을 당연시한다. 워낙 만연해 담배가 신분의 척도로 쓰인다. ‘건설’ ‘7·27′ 같은 고급 담배는 당·정·군 간부쯤 돼야 태운다. 최고로 치는 건 로스만, 던힐 같은 영국 담배다.
▶김정은은 지독한 골초다. 병원, 학교, 유치원뿐 아니라 각종 총포 등 인화물질 천지인 무기고에서도 불붙은 담배를 쥔 채 지시를 내린다. 10대 때 이미 골초였다. 김정일의 전속 요리사였던 일본인은 “2000년 어느 날 정은이가 검지와 중지를 세워 입에 댄 채 나를 향해 ‘이거 하러 가자’고 해 이브생로랑 담배를 나눠 피운 적이 있다”고 했다.
▶얼마 전 담배를 쥔 김정은 옆에 딸 김주애가 성냥갑을 들고 있는 사진이 나왔다. 4년 전 김정은이 하노이행 기차에서 잠시 내려 담배를 피울 때 김여정이 재떨이를 들고 서있던 모습을 연상시켰다. 정보 당국자는 “담배꽁초에 묻어 있는 김정은 생체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다. 김정은의 흡연은 정보기관의 관심사다. 담배가 식별되면 타르·니코틴 함량을 알 수 있고, 축적된 정보 자산을 통해 하루 흡연량을 추산한다. 다른 정보들과 융합하면 건강 상태와 잔여 수명을 예측할 수 있다.
▶한때 짝퉁 양담배는 짝퉁 양주, 위조지폐, 마약, 무기류와 함께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품목이었다. 인민군 산하 회사 등 정권 차원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다 보니 품질이 괜찮았다. 가격은 저렴해 전 세계 범죄 집단이 앞다퉈 찾았다. 현지 판매처 역할을 한 것이 북의 해외 공관이다. 많게는 매년 10억 달러를 벌었다. 이것이 핵·미사일 개발과 김정은 통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
▶미국 법무부가 던힐 담배로 유명한 BAT에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벌금 6억2900만달러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BAT가 자회사를 통해 2007~2017년 북에 담배 재료를 4억2800만달러어치 판매해 북한군 소유 담배회사에 7억 달러의 이익을 안겼다는 것이다. 북은 ‘짝퉁 던힐’ 등을 만들어 해외에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범행 시기가 2017년까지인 것은 그해부터 전방위 대북 제재가 본격 가동됐기 때문일 것이다. 이후 북의 돈줄은 가상화폐 탈취 등 사이버 해킹이 됐다. 이것까지 틀어막는다면 핵 폭주를 늦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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